소득세 최고세율 42%ㆍ법인세 25%
고소득자ㆍ대기업서 연간 6조 더 거둘 듯
“복지재원엔 크게 부족” 우려 목소리

큰 정부(기능ㆍ구조ㆍ예산이 팽창된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세금 정책 밑그림이 드러났다. 부자 증세로 대기업ㆍ고소득자에게 매년 6조원 이상을 더 거두고, 대기업 시설 투자에 몰아줬던 세제혜택을 대거 인적투자 중심으로 돌린다는 게 새 정부 세금정책의 뼈대다. 세제도 ‘소득주도성장’에 걸맞게 바꾼 것이지만 ▦핀셋증세만으로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지 ▦투자혜택 감소가 생산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가 2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소득ㆍ법인세율의 인상이다. 우선 소득세 최고세율이 40%에서 42%로 오른다. 지금은 과세표준 1억5,000만원~5억원 구간에 38%, 5억원 초과 구간에 4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3억~5억원 구간 40%, 5억원 초과 구간 42%로 바뀐다.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고소득자는 9만3,000여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낮췄던(25→22%) 법인세 최고세율도 환원된다. 지금은 과표 200억원 초과에 22%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200억~2,000억원은 22%, 2,000억원 초과는 25%로 상향 조정된다. 최고세율 적용을 받는 대기업은 129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1968년(35→45%) 이후 49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40%를 넘어선 것도 96년(45→40%) 이후 21년 만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적잖다. 우선 정부가 이번 증세로 더 거둬들이게 되는 돈(연간 약 5조5,000억원)으로 5년간 추가 투입될 178조원을 다 감당할 수 있느냐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꾸는 의미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약사업을 다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번 증세로 대기업은 연간 3조7,000억원을, 개인 고소득자(연봉 6,500만원 이상)는 연간 2조5,700억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데,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은 세부담이 연간 8,200억원 줄게 된다. 중산층 및 중견기업으로 증세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체 임금소득자의 40%가 넘는 면세자 비율을 줄여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대체로 법인세를 낮춰가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릴 경우 나올 수 있는 투자 감소 등 부작용도 지적된다. 기업의 연구개발(R&D)와 설비투자에 주어졌던 세액공제도 축소되는데, 이 경우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일이 늘어날 수도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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