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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안] “저강도 증세… 연 6조원으론 복지공약 실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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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안] “저강도 증세… 연 6조원으론 복지공약 실현 어렵다”

입력
2017.08.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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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5조원 필요한데…

부자증세만으론 재원조달 불확실

정공법 증세엔 긍정적

‘증세 없는 복지’서 탈피한 개편

세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담긴 ‘정공법’ 증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등에 한정된 증세 범위가 너무 좁아 새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뒷받침하는 데엔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핵심인 소득세(40→42%)와 법인세(22→25%)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 큰 틀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서 탈피한 세제 개편”이라며 “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 개편부터 초고소득자ㆍ초대기업 증세, 대기업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증세 기조를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 출범 첫 해 세제개편에서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변칙성 증세’에 나선 것과 달리 새 정부는 명목세율 인상 등 ‘정공법’을 취했기 때문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은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이번 세법 개정안 같은 ‘저(低)강도’ 증세로는 새 정부의 재정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추산한 이번 세법 개정의 세수효과는 연간 5조5,000억원인 반면, 2018~2022년 ‘100대 국정과제’ 실현에 소요되는 재원은 연간 35조6,000억원(총 178조원) 규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178조원이 실제 복지공약에 비해 과소 추계됐고, 재원조달 방안으로 제시된 세출 구조조정(95조4,000억원)과 세수 자연증가(60조5,000억원) 모두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결국 가장 확실한 세입 확보방안은 증세인데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한 5조5,000억원은 공약 이행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은 “부자증세 방안이 담기긴 했지만 증세는 ‘최소한’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도 “재원 마련을 위해 세출을 95조원 절감하겠다는 것은 ‘큰 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기조와 배치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연간 5조원대 세수 확대로는 확장적 재정지출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에서 법인세 공제ㆍ감면의 큰 기준을 바꾼 것도 주목된다. 기존 물적자본 투자(토지, 설비, 장치추가 등) 중심의 세제혜택을 줄이는 대신, 인적자본 투자(임금인상, 신규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금지원을 확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기업이 투자하면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향으로 세제를 꾸려왔지만 감세 혜택이 투자로 이어졌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며 “고용 중심 세제는 결국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세제혜택을 누리는 계층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최근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공제ㆍ감면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일자리 지원 세제혜택으로 고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근로소득세가 더 걷히기 때문에 선순환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을 계기로 종합적인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복지지출 확대와 함께 초대기업ㆍ초고소득자→일반 대기업ㆍ고소득자→중산층 등의 순으로 증세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적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 위원장은 “현재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면세자를 점차 줄여 나가야만 상위계층에도 더 강한 증세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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