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北 정권 교체 안해
어느 시점에 대화하고 싶다”
“트럼프, 미사일 개발 용인하느니
北과 전쟁하겠다 초경경 발언”
일각에선 “틸러슨 계산된 메시지”
“국무부 입장 확인했을 뿐” 시각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대통령은 ‘전쟁 불사’를,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은 ‘대화론’을 거론하는 등 상반된 메시지가 터져 나와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미국 내부의 대북 강경분위기를 완화시키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바뀐 태도를 헤아리지 못한 돌출 발언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각도 있다. 북한에 이중 시그널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핵 보유와 운반능력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어느 시점에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38선 이북으로 미군을 보내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의 적도 아니며 위협도 아니지만 북한은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마주 앉아 그들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줄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북핵 중국 책임론에 불만을 품은 중국도 달래려는 듯 “중국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며 그 당사자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날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대응까지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개발을 용인하느니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는 사실까지 간접 확인됐다. 공화당 중진으로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오전 NBC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적 옵션이 존재한다”며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런 발언이 나온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북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매우 솔직하게 언급한 바 있다. 실제 벌어질 때까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얘기하지 않겠지만 모든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악화한 책임을 중국에 돌리지 않겠다는 틸러슨 장관 발언과 달리 미국이 조만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하는 등 본격적 대중 경제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날 복수의 미 정부 관료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에 미 무역대표부(USTR)에 자국 기업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무역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지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 발언과 관련, 워싱턴 정가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백악관이 반대해 북핵 문제를 책임질 동아태 차관보 등 국무부 주요 참모조차 뜻대로 임명하지 못할 만큼 한계가 드러난 틸러슨 장관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적극적 행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협상’을 주장해 온 국무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시키려는 소극적 제스처에0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일부에서는 대북 압박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미국 정부가 ‘대화론’을 재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의 다른 각료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강경론과는 동떨어진 행보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편 틸러슨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결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화론과 강경론이 오가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메시지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메시지가 복합적”이라면서도 “(강경론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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