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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선행 베푼 부산 ‘선풍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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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선행 베푼 부산 ‘선풍기 아저씨’

입력
2017.08.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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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매년 100대 이상…그간 1000여대 새 주인 만나

임씨의 과거 직업은 횟집 주인…취미로 수리하다 기증까지

지난 1일 오전 부산 사하구 괴정1동에서 임은갑(61ㆍ사진 왼쪽)씨가 이찬근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에게 선풍기 30대를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부산 사하구 괴정1동에서 임은갑(61ㆍ사진 왼쪽)씨가 이찬근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에게 선풍기 30대를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깨끗하게 고쳐진 선풍기들을 바라보면 뿌듯합니다”

지난 1일 오전 부산 사하구 괴정1동 임은갑(61)씨 집 앞은 분주했다. 동네에서 ‘선풍기 아저씨’라고 불리는 임씨가 겨우내 수리해 둔 선풍기 30대를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 기증하는 날이기 때문.

임씨는 전달할 선풍기를 줄지어 세워놓으며 “지금 여느 선풍기와 성능을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이 선풍기로 많은 사람들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임씨가 선풍기 기증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그는 이때부터 해마다 100대 이상의 선풍기를 직접 수리,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증하고 있다. 이렇게 10년간 그의 손을 거쳐 새 주인을 만난 선풍기는 1,000여대에 달한다.

임씨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선풍기 살 돈이 없어 그늘을 찾아 다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이들을 위해 해마다 버려진 선풍기를 수리해 모아둔다”고 말했다.

임씨의 5층 주택 방에는 지금도 선풍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림잡아 30여대가 넘는다. 새 것이 아니라 모두 임씨가 수리한 것들. 수리작업장이 위치한 작은방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임씨의 손길을 기다리는 고장 난 선풍기가 가득하다.

애초 임씨의 직업은 선풍기 수리 기술자가 아닌 횟집 주인이었다. 임씨는 삼천포공고 기계과를 나와 선박의장품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20여년간 사상구 괘법동에서 태성수산횟집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다 2014년 가게를 접었다.

그는 “가게에서 목이 부러지거나 버튼이 고장 난 선풍기를 손수 고치면서 이 독특한 취미를 갖게 됐다”며 “취미로 수리한 선풍기가 모이자 파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 등에게 전해줬는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나 지금까지 선풍기를 고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도 동네 고물상을 5~6차례씩 오가며 고장난 선풍기를 대당 3,000원씩에 구입하고 있다.

임씨는 “기증 봉사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인 것 같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힘 닫는데 까지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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