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매년 100대 이상…그간 1000여대 새 주인 만나
임씨의 과거 직업은 횟집 주인…취미로 수리하다 기증까지
“깨끗하게 고쳐진 선풍기들을 바라보면 뿌듯합니다”
지난 1일 오전 부산 사하구 괴정1동 임은갑(61)씨 집 앞은 분주했다. 동네에서 ‘선풍기 아저씨’라고 불리는 임씨가 겨우내 수리해 둔 선풍기 30대를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 기증하는 날이기 때문.
임씨는 전달할 선풍기를 줄지어 세워놓으며 “지금 여느 선풍기와 성능을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이 선풍기로 많은 사람들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임씨가 선풍기 기증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그는 이때부터 해마다 100대 이상의 선풍기를 직접 수리,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증하고 있다. 이렇게 10년간 그의 손을 거쳐 새 주인을 만난 선풍기는 1,000여대에 달한다.
임씨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선풍기 살 돈이 없어 그늘을 찾아 다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이들을 위해 해마다 버려진 선풍기를 수리해 모아둔다”고 말했다.
임씨의 5층 주택 방에는 지금도 선풍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림잡아 30여대가 넘는다. 새 것이 아니라 모두 임씨가 수리한 것들. 수리작업장이 위치한 작은방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임씨의 손길을 기다리는 고장 난 선풍기가 가득하다.
애초 임씨의 직업은 선풍기 수리 기술자가 아닌 횟집 주인이었다. 임씨는 삼천포공고 기계과를 나와 선박의장품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20여년간 사상구 괘법동에서 태성수산횟집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다 2014년 가게를 접었다.
그는 “가게에서 목이 부러지거나 버튼이 고장 난 선풍기를 손수 고치면서 이 독특한 취미를 갖게 됐다”며 “취미로 수리한 선풍기가 모이자 파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 등에게 전해줬는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나 지금까지 선풍기를 고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도 동네 고물상을 5~6차례씩 오가며 고장난 선풍기를 대당 3,000원씩에 구입하고 있다.
임씨는 “기증 봉사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인 것 같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힘 닫는데 까지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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