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창단 첫해부터 NC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59) 감독은 줄곧 ‘팀워크’를 강조했다. 화려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팀워크를 갖춘 팀이 강 팀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약 팀이라고 해도 그 팀이 뭉쳐있으면 강 팀을 이길 수 있다”며 “고참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고 코치진도 선수들이 한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든다. 나 스스로도 팀워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실제 KBO리그 ‘막내급 구단’ NC는 겉으로 볼 때 ‘절대’ 강해 보이지 않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다. 1군 진입 2년 차인 2014년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래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했고, 지난 시즌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으로 갖가지 선수단 내 잡음이 있었지만 흔들림 없이 질주했다. 이런 원동력은 선수단을 응집시키는 김 감독의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NC는 올해 선두 KIA에 이어 2위로 여전히 순항 중이지만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주말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김 감독의 결장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2004년 4월4일 두산 사령탑으로 처음 감독직에 오른 뒤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 진단 결과 뇌하수체에서 직경 약 2㎝ 미만의 작은 선종이 발견됐다. 주치의는 “이 선종은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외과적 제거 시술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소견을 냈다. NC 구단 관계자는 2일 본보와 통화에서 “현재 식사를 조금씩 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며 “복귀 까지는 치료와 회복 기간이 필요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을 찾은 김 감독은 자신을 걱정해준 지인들에게 ‘빨리 회복해 돌아가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새 훌쩍 큰 ‘공룡 군단’은 감독의 부재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최고참 이호준(41)을 필두로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친 결과물이자, 그 동안 쌓아온 팀워크 덕분이다. 이호준은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감독님이 안 계실 때 좀 더 편하게 해드리자. 경기 중에도 말수를 줄이고 진지하게 하자”고 주문했다. 나성범, 박민우 등 주축 선수들 역시 “평소처럼 그대로 잘하자”고 힘을 모았고, 코칭스태프도 각 파트 별로 기존 시스템대로 움직였다. 그 결과, 1일 현재 김 감독 없이 치른 네 경기에서 3승1패로 선전했다.
1일 창원 한화전에서 동점 홈런과 결승 밀어내기 타점을 올린 권희동은 “감독님이 보고 계실 텐데 팀이 이겨서 기쁘다”며 “빨리 완치하신 다음 야구장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김 감독 대신 임시 지휘봉을 잡은 김평호 수석코치도 “감독님이 안 계시니까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결단을 내리는 타이밍 잡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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