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염혜선/사진=연합뉴스
대한배구협회에서 유소년위원을 지낸 한 배구인은 “요즘 지도자들은 왜 세터를 안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좋은 세터가 활약하던 시절 한국 배구는 높이 날았다. 현 남자 배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호철(62) 감독이 대표적이다. 현란한 김호철의 기교를 보면서 세계 배구 유망주들은 꿈을 키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세터 자원이 마르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2020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며 세대교체에 들어간 남녀 대표팀이 3년 뒤를 이끌 확실한 세터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한국이 주춤하는 동안 세계 추세는 변하고 있다. 더 이상 기교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를 맞았다. 대신 장신의 세터가 등장해 공중에서 최대한 빠른 템포의 공격을 시도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유애자(55) 해설위원은 “해외 팀들은 대부분 키가 큰 세터들이다. 그 높이에서 좌우로 빼주고 빠른 속공과 중앙 시간차 공격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미들 블로커를 교란시키는 흐름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 줄기를 따라가야 하는데 배구 꿈나무 풀 자체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큰 선수들은 세터가 아닌 공격수로 키워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유 위원은 “여자의 경우 제일 좋은 건 175cm에서 180cm가 되는 세터의 등장”이라며 “그 높이를 이용해 템포가 빨라지고 모든 걸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없으니까 없는 것에서 장점 찾아야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남자 배구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 속에 대표팀을 이끌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김 감독은 지난 월드리그에서 파격적으로 세터를 3명(이민규ㆍ노재욱ㆍ황택의)이나 뽑아 적시적소에 잘 썼다. 김 감독은 “세터 3명은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문용관(56) 해설위원은 “어차피 우리는 조직력을 가지고 싸워야 되고 공격적인 배구를 해야만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개인기를 가지고는 국제무대에서 높이와 파워를 이길 수 없다고 본다”면서 “첫 번째 단추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팀 컬러와 정상적인 공격 루트의 과정들이다. 핵심은 세터를 키우고 유효적절하게 쓰면서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육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녀 모두 세대교체 후 첫 국제대회에서 새로운 세터들의 경험을 충분히 쌓게 한 건 최대 수확이다. 특히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있는 여자 대표팀은 염혜선(26ㆍIBK기업은행)과 이소라(30ㆍ한국도로공사)라는 두 명의 세터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둘은 장ㆍ단점이 뚜렷하다. 염혜선은 속공에 강하고 이소라는 높은 공격에 특화된 기량을 선보였다. 유애자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김연경(29ㆍ상하이 구오후아)이 뛴 터키 페네르체바의 예를 들며 어느 하나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 둘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전망했다.
유 위원은 “세터는 어쩔 수 없다. 1~2년 안에 되는 게 아니다”면서도 “염혜선은 성격이 좋고 빠른 속공을 자신 있게 처리한다. 그러나 배짱은 아직 더 키워야 한다. 예선전은 잘했는데 결승전에서 그런 게 안 나왔다. 반면 이소라는 배짱이 좋아 높은 공을 잘 다뤘다. 다만 아직 국제경험이 없어 속공에는 약하다. 당장은 누가 낫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세터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노력하고 둘의 장점을 잘 섞어 써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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