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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만 있고 통신은 없다

입력
2017.08.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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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공백 끝 4기 정식 출범

이효성 위원장 등 상임위원 5명

방송 미디어 전문가로만 구성

휴대폰 보조금 감시ㆍ보안문제 등

정보통신기술 이해도 낮아

전문성 없는 결정ㆍ과잉규제 우려

1일 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면서 지난 4개월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방통위 업무가 정상화했다. 하지만 상호 합의를 통해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이 모두 방송 전문가로만 채워져 또 다른 잡음을 낳고 있다. 방통위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방송 개혁’에만 집중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여러 통신 관련 문제에 대해 전문성 없는 결정을 내릴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는 1일 이효성 위원장 취임식을 열고 4기 방통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 위원장과 허욱(더불어민주당 추천), 표철수(국민의당 추천) 위원을 임명했다. 대통령 직속 여야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위원장과 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에서 1명, 야당에서 2명을 추천한다. 이들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인허가뿐 아니라 통신 시장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4기 방통위는 지난 4월 8일 최성준 전 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연임에 성공한 김석진, 고삼석 위원 외 세 자리의 인선이 계속 미뤄져 4개월 가까이 업무 공백 상태였으나, 전날 3명이 한꺼번에 임명되면서 구성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5명의 위원 중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방통위를 이끄는 이 위원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언론학자다. CBSi 대표를 역임한 허욱 위원, KBSㆍYTN 등 방송기자 출신인 표철수 위원과 고삼석, 김석진 위원 모두 방송 및 미디어 경력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방통위가 언론ㆍ방송 전문가로만 채워져 향후 통신 분야에서 부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는 “휴대폰 불법 보조금 감시와 최근 관심이 높은 분리공시제 도입 등 통신이용자의 권익 신장 및 보호는 방통위의 주요 업무”라며 “통신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방통위 의결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악성코드 확산 등 보안 문제나 개인정보보호 등은 기술적 이해와 최신 경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인데, 위원들의 이해도가 낮아 과소 혹은 과잉 규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통위의 방송 쏠림은 예견된 일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쳐 2009년 출범했으나, 4기까지 이어질 동안 기수 별로 ICT 업계 출신 위원은 1, 2명에 그쳤다. 이는 방통위 구성 방식에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각 당이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에서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 안배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위원 구성에서 통신 전문가가 배제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소연 측은 “방통위의 전문성 있는 운영이 가능하도록 상임위원 수를 늘리고 통신 분야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포함케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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