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검은 1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작성ㆍ운용 사건의 피고인 7명 전원에 대해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김 전 실장이 문화ㆍ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의 ‘정점’에서 구체적인 실행을 진두지휘(직권남용)했다고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위증죄까지 더해진 형량이다. 그러나 헌법 등이 규정한 ‘문화ㆍ표현 활동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음에도 고령 등을 이유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고, 김 전 실장을 블랙리스트 작성ㆍ운용 사건의 정점으로 판단한 점도 특검의 핵심 항소 이유로 꼽힌다. 특검은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됐다”고 평소 문제 삼는 발언을 하고 지원배제 범행 전후로 청와대 등의 관련 보고서를 받아 본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 내지 묵인한 ‘정점’이라 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 지원 축소, 우파 지원 확대’ 기조를 강조했다고 인정했지만, 이는 보수주의를 표방한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국정기조 하에서 정책 입안과 실행을 지시한 게 블랙리스트 범행을 지시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논리를 들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이 전체 범행이 실행되는 데 중대한 몫을 했다는 부분(기능적 행위지배)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 오인을 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재판부에서 유무죄 판단을 받지만, 김 전 실장 등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검의 항소로 블랙리스트 대목에서 유일하게 무죄를 받은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법정 2라운드’ 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1심은 조 전 장관이 ‘은밀한 업무’를 인계 받아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고, 청문회 위증죄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도 선고 다음날 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으며, 조 전 장관도 주중 항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징역 1년 6월),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문체부 김종덕 전 장관(징역 2년), 정관주 전 1차관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각 징역 1년 6월)의 형량 등도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툰다.
특검은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캐비닛 문건’ 중에서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자료를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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