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권력구조 개편 등 쟁점
10월까지 정리해 국민께 보고”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
여론도 팽팽하게 엇갈려
선거구제 논의도 난항 예고
새 정권 출범 이후 잠잠하던 개헌 논의가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했고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다. 그러나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 사이에 간극이 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8월 말부터 대국민 여론전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권력구조를 다루는 개헌특위 제2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 최소 4월까지는 개헌안이 합의돼야 한다”며 “8월 말부터 10월말까지는 지금까지 논의됐던 쟁점들을 정리해서 국민들께 보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개헌 로드맵을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국민참여형 개헌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으로, 전국 지역순회토론회를 비롯해 권역별 원탁숙의토론회, 온라인 직접 의견 수렴 과정 등이 아이디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범국민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여야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권은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야3당이 대선 전부터 주장해온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선거구제 개편 없이 단순히 정부 형태만 본 따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의원도 이날 “우리 당 소속의 상당수 국회의원이 4년 중임의 대통령제 개헌안을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직선 대통령과 간선 총리가 정부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혼합형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론은 혼합형 이원집정부제에 기울어 있다. 국회가 제헌절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선호도가 46.0%였고 대통령제(38.2%)와 의원내각제(13.0%)가 뒤를 이었다.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견제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개헌특위 관계자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100% 비례대표제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구조이고 지방분권도 잘 갖춰져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하지 않고 이원집정부제만 손보는 것은 개악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논의와 여론 추이를 종합하면 권력구조와 함께 선거제도의 개편이 개헌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권력구조에 대한 이견처럼 선거구제 논의도 복잡하다. 국회는 지난 달 연말까지 활동 기한을 못 박은 정개특위를 별도로 구성했지만 자유한국당 등의 비협조로 출범도 못한 실정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지 않은 개헌은 절름발이에 불과하다”며 “개헌 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선거구제 논의가 반드시 연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권 논의도 여야의 정쟁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앞서 헌법전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를 반영할지 말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야당의 반대로 끝내 물 건너갔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기본권 관련 대국민 설문조항에 촛불집회를 넣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날 기본권을 다루는 개헌특위 제1소위가 열렸지만 ▦지방분권 ▦공무원 노동3권 보장 ▦경제민주화 규정 강화 ▦감사원 소속 이전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국민 설문에 부치는 쟁점 사항으로 넘겼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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