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남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사진=AVC
침체된 남자 배구를 되살려나가던 ‘김호철(62) 매직’이 복병 카자흐스탄의 높이에 막혀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지 못한 가운데서도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1차 목표로 한 아시아 남자 배구 4강 재진입을 이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의 수리비야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 남자 배구 선수권 대회 카자흐스탄과 4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2-3(25-20 25-15 17-25 23-25 14-16)로 역전패를 당했다.
예선 3경기 3승을 포함해 6전 전승으로 이 대회 4년 만에 4강 무대를 밟았던 한국은 앞서 8강 플레이오프에서 3-1로 이겼던 카자흐스탄의 높이와 힘을 다시 넘지 못하고 2003년 이후 14년만의 우승에 실패했다.
전날 평균 신장이 200cm에 육박하는 만리장성의 중국을 완파하고 기세를 탄 한국은 초반 카자흐스탄을 몰아치며 첫 두 세트를 잡은 뒤 역전을 당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3세트부터 상대의 강서브와 블로킹에 고전한 것이 패인이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대표팀은 지난 월드리그 대회부터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을 딛고 김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번 대회는 무릎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이 가세하며 더 나아진 기량을 과시했다. 투혼을 발휘하며 4강전에서 팀 내 최다인 19점을 올린 문성민은 "국가대표에 다시 들어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 대회는 올림픽으로 가는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졌지만 김 감독은 높은 지도력으로 국제 대회에서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한국 배구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전 "많이 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패배를 경험해야 이기는 방법을 알 수 있다"던 김 감독의 넓게 보는 안목이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문용관(56) 해설위원은 “정상적인 베스트가 아닌 상태로 진 것은 확실하다”며 “결승에 못 간 것일 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 구성원을 가지고 김호철 감독이 잘 운영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이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상의 전력이었냐는 물음이다. 아무리 매직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구성원이 완벽하지 않으면 힘들다. 앞으로는 국가대표라는 소속감과 의무감, 책임감을 총망라해서 복합적인 선수층의 구성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김호철호의 미래에 대해선 “월드리그를 거치며 새로운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기술적으로 보면 기본기의 측면에서 강화될 필요는 있다. 앞으로 신장이 좋고 체력이 유럽형인 카자흐스탄 같은 국가들의 높이와 파워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다. 어차피 우리는 조직력을 가지고 싸워야 되고 공격적인 배구를 해야만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개인기를 가지고는 국제무대에서 높이와 파워를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첫 번째 단추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팀 컬러와 정상적인 공격 루트의 과정들이다. 아울러 인재를 발굴하고 리시브 라인과 공격 라인을 조금 더 보충하며 남녀 대표팀 모두 세터를 키우고 유효적절하게 쓰면서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수 육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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