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캐릭터 사용권 연장 거부
24일 만료 땐 서비스 종료 불가피
지적재산권 무기로 NHN엔터 견제
NHN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게임 ‘프렌즈팝’이 2년 만에 서비스 종료 위기에 처했다. 프렌즈팝 인기의 핵심 요소였던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의 지적재산권(IP) 사용 계약 만료를 앞두고 IP를 소유한 카카오가 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명 IP가 ‘게임 성공 열쇠’로 급부상하면서 IP 소유권을 가진 업체들이 게임업계를 쥐락펴락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NHN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에 따르면 프렌즈팝에 적용돼 있는 카카오프렌즈 IP 사용 기간이 이달 24일 종료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카카오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IP 사업을 더 이상 외부에 맡기지 않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프렌즈팝은 2015년 8월 등장한 모바일 퍼즐 게임으로 출시 한달 만에 애플과 구글 소프트웨어(앱) 장터에서 매출 순위 각각 1위와 5위에 등극하며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누적 다운로드 건수만 1,200만 건이고 여전히 월 80만 여명이 프렌즈팝을 즐기고 있다.
‘애니팡’ 등 비슷한 방식의 모바일 게임이 많지만 프렌즈팝이 주목 받은 이유는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첫 게임이란 점이었다. 이용자들에게는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사용하던 캐릭터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계약 연장이 최종 불발되면 게임에서 캐릭터들을 모두 삭제해야 해 사실상 서비스가 종료될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자사 IP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NHN엔터를 견제하기 위해 IP를 무기로 삼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5월 NHN엔터는 카카오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카카오톡 친구의 점수와 순위 등이 공유되는 ‘친구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카카오가 프렌즈팝과 유사한 프렌즈팝콘을 출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NHN엔터의 퍼즐 게임 제작 역량을 보고 IP를 맡긴 것인데 법정 소송 제기로 더 이상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켓몬고, 리니지M 등의 흥행으로 유명 IP 확보는 게임의 성공 요소가 됐다”며 “자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IP가 권력처럼 활용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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