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을 새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 스캔들’로 한때 내분 양상에 빠졌던 백악관 참모진과 내각에 대한 안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최측근 가신(家臣)을 내치는 방법으로 켈리 실장의 권한을 보장하는 한편, 불신감을 표시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까지 포함한 내각의 모든 각료에 대해 신뢰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월가 출신 금융인으로 과격하고 화려한 언사로 ‘도널드 트럼프의 본능’으로 불렸던 스카라무치 국장은 등용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앤서니의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비난한)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느꼈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또 “켈리 실장이 그 부담 지는 것을 대통령은 원하지 않았다”며 스카라무치 국장 해임은 신임 비서실장의 위상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켈리 실장이 백악관의 체계와 규율을 갖출 전권을 부여 받았으며 ‘웨스트 윙(백악관 참모들의 집무공간)’ 직원들이 모두 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며칠간 인사를 전형적인 ‘토사구팽(兎死狗烹)’ 행태로 분석했다. 야당과 주류 언론의 비판에서 자신을 적극 변호하지 못한 기존 대변인(숀 스파이서)과 비서실장(프리버스)을 좌충우돌하는 스카라무치를 공보국장으로 내세워 물러나게 한 뒤, 그 불똥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으로 전가될 것으로 보이자 스카라무치마저 옷을 벗겼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사파동에도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더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전 실장을 ‘정신병자’, ‘망할 놈’이라고 비난하고 자신과 프리버스의 관계를 ‘카인과 아벨’에 비유하는 등 앞뒤 가리지 않는 스카라무치 전 국장을 백악관 고위직에 등용하고, 다시 그의 해임을 건의한 당사자가 대통령의 딸과 사위라는 얘기다.
이 신문은 그러나 스카라무치 전 국장이 재기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딸 부부의 건의로 물러나게는 했지만, 프리버스와 스파이서를 비난한 것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고위직인 공보국장보다 낮은 자리라도 감수한다면, 백악관 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백악관 참모진에 대해 대대적 물갈이로 기강을 잡은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에 대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놓고 최악 상황까지 치달았던 세션스 법무장관을 포함한 전 각료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세션스 장관 거취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각료들을 100% 신뢰한다”고 말했다. 또 세션스 장관의 이동설에 대해서도 “각료들의 자리 이동에 대한 어떠한 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매우 실망했다’, ‘유약하다’ 등 세션스 장관을 비난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격적인 상황 반전이다.
미 언론은 “동료 의원이기도 했던 세션스 장관을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내부 갈등설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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