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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정치적 시선 아닌 사람을 향한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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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정치적 시선 아닌 사람을 향한 ‘택시운전사’

입력
2017.08.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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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 1980년 5월을 그린 영화는 꾸준히 있어왔다. 영화 ‘택시운전사’ 역시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정치영화’일까.

단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앞서 ‘고지전’ ‘의형제’ 등을 통해서 장훈 감독은 정치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정치적인 시선을 빼고 오롯이 사람을 바라봤다.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개인을 그렸고, 시절이 강요했던 특정 ‘신념’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에 주목했다. 관객은 개인을 바라봄으로서 시대를 느끼고 현재를 향해 확장된 시선을 던질 수 있었다.

구체적인 사실을 파헤치거나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에 ‘택시운전사’에서는 군인 출신의 그 누군가가 등장하긴 하지만 찰나 동안 비추고 사라진다. 대신 당시의 일상들을 담는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본인이 맞고 쓰러지면서 친구가 죽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어떤 감정일까. 어떻게 살아남았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 이것이 장훈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진심을 담으면 정보를 전달을 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알게 된다. 굳이 머리로 이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택시운전사’에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과 독일 외신 기자 힌츠 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까지 외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만약 이 영화가 광주에 살았던 사람의 시선이었다면 크게 분노하고 크게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 외부인이기 때문에 그만이 가지고 있는 유쾌함과 아이러니가 있다. 초반 만섭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크게 따라 부르며 불만 없이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믿음이 툭 끊겼을 때의 감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섭 역할은 ‘사도’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등 시대의 얼굴을 표현한 국민 배우 송강호가 연기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가 맡은 만섭은 신념에 가득 찬 인물이 아니며 광주 사람도 아니다. 서울에서 아내 없이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홀아비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대통령이 됐는지, 학생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딸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다. 만섭은 데모하는 사람들을 폭도라고 알려주는 뉴스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는 누구보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오늘도 자신의 전 재산인 택시를 몰고 손님을 태우러 나선다.

이런 사람이 1950년 5월의 광주에 내려간다. 그저 네 달 밀린 방세 10만원을 한 번에 벌 수 있다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광주에 내려갔더니 세상은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다. 군인들은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 서울 시민인 자신마저 빨갱이로 주목한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어’와 같은 거창한 외침이 아니라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또 감독은 만섭과 힌츠 페터를 통해 자신의 의무를 지켰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자는 기사를 쓰고, 택시운전사는 손님을 태운다. 일차원적인 의무가 당시의 광주를 구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의무와 인간의 도리만 챙겨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회상한다.

게다가 이 일은 ‘개인’이 해냈던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의 마지막 택시 신을 포함해 광주의 꿈 많은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분)이나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 분)의 따스한 심성이 이를 표현한다. 이외에도 극에는 이름 없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엄태구, 정진영, 전혜진, 고창석, 박혁권 등 캐릭터 하나하나 분량과 상관없이 큰 인상을 남긴다.

영화 내내 만섭은 택시 백미러로 세상을 보고, 있는 힘껏 후진을 한다. 카메라는 송강호의 얼굴을 촬영하면서 뒤로 점점 멀어지는 풍경을 함께 찍는다. 관객 역시 앞이 아닌 그들이 지나온 길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만섭은 손님을 태우고 상징적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뒤만 보지 않고, 머물러 있지도 않고, 진취적으로 나아가기에 영화의 모습은 희망으로 가득 찬다.

러닝타임은 137분으로, 앞부분이 다소 길지만 이 이야기가 1980년 5월의 광주의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인 만섭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는 볼 수는 없다. 내달 2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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