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폭력 속에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제헌의회 선거와 설립을 강행하자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 개인을 ‘독재자’로 비판하며 직접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 기업은 마두로 대통령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날 제재조치를 발표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어제 정당하지 못한 선거는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민심을 저버린 독재자임을 드러낸다”며 “마두로를 제재함으로써 미국은 분명하게 마두로 정권의 정책을 반대하며 온전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베네수엘라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개인으로서는 4번째로 미국 제재명단에 이름을 올린 독재자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3명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다.
이번 조치는 이미 예고됐다. 지난 26일 내무장관과 군참모총장 등 고위급 인사 13명을 겨냥해 동일한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신속 강력한 경제 제재”를 약속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당초 추가 제재 표적이 될 것으로 보였던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았다. 므누신 장관은 석유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해치는 방식”은 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남미의 대표 반미정권인 마두로 정권은 미국의 공격을 무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국주의자들은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세계 정부?”라고 비아냥거리며 제재가 “불법적이고 오만하며 전례가 없다”고 반격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베네수엘라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마두로 정권 편에 선 국가 정부로는 러시아, 쿠바, 니카라과, 볼리비아 정도가 꼽힌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전날 치러진 제헌의회 선거에 “808만9,320명이 참가해 41.53%라는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선거를 “혁명을 위한 투표”라며 자찬했지만 지난 4개월간 반정부 시위를 벌여온 야권은 선거를 대대적으로 보이콧하며 결과 발표가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인사지만 마두로 정권에 비판적인 루이사 오르테가 베네수엘라 검찰총장도 이번 투표를 “독재를 향한 야망”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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