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줄 앤 짐’(1962) 등에 출연하며 1960년대 프랑스 영화 전성기를 상징했던 여배우 잔 모로가 31일(현지시간) 파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1928년 프랑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로는 16세에 파리예술학교에 들어가며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20세에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에 역대 최연소 상임단원으로 입단해 화제를 뿌렸다.
1949년 ‘마지막 연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모로는 루이 말 감독의 ‘광란’(1957)과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 트뤼포의 ‘검은 옷을 입은 신부’(1967) 등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관능적이면서도 지적인 외모가 인상적이었던 모로는 친구 사이인 독일 남자와 프랑스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인 카트린을 연기한 ‘쥴 앤 짐’으로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 영화의 중흥기를 알린 1960년대 일명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시대에 전성기를 누려 ‘누벨바그의 여신’,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으로 불렸다. 배우 뿐 아니라 감독,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했고, 노년에는 ‘니키타’(1990)와 ‘타임 투 리브’(2005) 등에 출연하며 연기를 이어갔다. 2001년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부산을 찾아 한국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화 그 자체였던 분”이라며 “기성 질서에 언제나 저항한 자유로운 정신이었다”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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