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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5명 중 1명 “돈 없어 겨울철 난방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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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5명 중 1명 “돈 없어 겨울철 난방도 못해”

입력
2017.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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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궁핍한 빈곤층의 삶

“자녀가 원해도 학원 못보내” 70%

기초수급자의 60%가 노인 가구

상당수 일하기 어려운 조건 많아

사각지대 남아있는 93만명

부양의무자 적용 받은 빈곤층들

月소득 49만~67만원 수준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성북구의 반지하 방에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정승문(53)씨는 선풍기라도 마음 놓고 켤 수 있는 여름이 차라리 반갑다. 보일러를 틀었다가 가스비가 10만원 가까이 나온 경험을 한 뒤로 그는 한겨울에도 난방을 쓰지 않는다. 정신지체 3급에 목ㆍ허리디스크,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그는 병원 출입도 자제한다.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다 해도 전액 본인 부담인 비급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최근 허리 디스크 치료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가 발생한 본인 부담금 25만원은 그의 한달 소득(49만5,879원ㆍ올해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의 절반을 넘었다.

10여년 전 사업 실패로 이혼한 뒤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10, 20대 딸 세 명은 정씨의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기도 하다. 세 딸이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는 정씨지만, 앞으로 자식들이 소득이 생기면 정씨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 받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자격을 잃거나 수급액이 삭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남아있는 빈곤층 309만명(2015년 기준)의 삶은 여전히 궁핍하고 팍팍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아동수당 도입 등 서민들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현 정부 들어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31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진흥원에 의뢰해 실시한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가스비가 없어 난방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구는 전체 가구 기준으로 2.6%에 불과했지만 생계ㆍ의료급여 수급자 가구(중위소득 40% 이하)는 17.9%에 달했다.

빈곤층은 ‘근로 의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종종 받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일하기 어려운 조건인 경우가 많다. 수급 가구의 38.0%가 장애인 가구이고, 노인 가구 비율 역시 60.3%에 달했다. 반면 18세 미만 아이가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27.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였다. 빈곤 때문에 자식을 낳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실제 빈곤은 자식들에게도 대물림 될 수밖에 없음도 확인된다. ‘자녀가 원하지만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수급 가구에서 70.4%에 달했다. 전체 가구에서의 비율(12.6%)과는 현격한 격차다. ‘가정 형편을 포함해 여러 이유로 자녀 또는 본인의 대학진학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비율도 수급가구는 28.6%나 됐다.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덕을 보는 빈곤층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가장 심각한 건 부양의무자 기준의 적용을 받아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2015년 기준으로 93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실제 생활 수준은 빈곤층임에도 소득이 있는 부모나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이 처한 여건은 수급 가구와 비교해도 열악했다. 기초생활보장급여와 기타 정부 보조금 등을 더한 월간 총 소득이 수급 가구는 평균 95만7,000원이었지만, 비수급 가구는 50만3,000~68만1,000원에 그쳤다. 이러니 덜 먹고, 덜 쓰는 수밖에 없다. 월 평균 총 지출(총 생활비+월세 지출) 규모를 보면 전체 가구는 평균 175만8,000원, 수급 가구는 83만6,000원이었지만 비수급 빈곤층은 59만1,000원에 머물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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