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말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부동산 대책을 따로 내놓을 예정이다. 6ㆍ19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한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자극 받은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도 과열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열기는 한국은행이 31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중간)’에서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2ㆍ4분기에 은행 및 비은행 가계대출이 23조2,000억원 증가해 1ㆍ4분기(13조3,000억원)보다 오히려 증가폭이 커졌으며, 그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꼽았다. 4월 이후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매수 심리를 회복시켰고, 그런 기대가 개별 주택담보 대출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에 분양ㆍ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가계대출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1ㆍ4분기와 2ㆍ4분기 분양ㆍ입주 물량이 각각 5만6,000ㆍ7만3,000호와 8만1,000ㆍ7만6,000호였지만 3ㆍ4분기와 4ㆍ4분기에는 각각 12만4,000ㆍ9만7,000호와 10만7,000ㆍ12만4,000호로 늘어난다. 따라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가계부채 대책에 앞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부터 손 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원칙만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부동산 경기 과열이 전국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일부 지역에 쏠린 투기적 수요, 특히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였다가 되팔아서 시세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갭(Gap) 투자’ 성행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는 진단도 유력하다. 이미 주택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미분양을 빚는 지역도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새로 내놓을 부동산 대책은 시장현실에 맞는 정교한 수요억제 대책을 병행해야만 한다. 과거 위력을 보였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주택거래 신고제 부활, 양도세 중과 등의 가능한 정책수단의 총동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최장 5년 간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양도를 금지하는 등 14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강력한 처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빚 내서 집사라’는 부양책은 폐기됐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6ㆍ19 대책에서 보류된 바 있다.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 금융규제를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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