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이후 31일 긴급하게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오락가락한 답변으로 정부 대응의 혼선을 가중시켰다. 송 장관은 군사적 옵션을 상정하는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어섰다고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때문에 여당 국방위 간사인 이철희 의원이 송 장관을 거들어 답변의 갈래를 타주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송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집중되자 중구난방 식 답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임시 배치와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답변은 국방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 배치를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송 장관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를 드렸고, 그 조치를 하기 위해 임시배치를 하는 것으로 NSC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송 장관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의 질의과정에서는 “임시배치라는 것은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고 말을 뒤집었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를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재고라는 표현에 회의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파장이 커질 듯한 순간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 의원이 “상황이 급하니 일단 긴급배치를 해 보고 안 되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을 던지자 송 장관은 “그런 뜻은 아니다”고 답변하면서 파문은 일단락됐다.
송 장관은 “환경영향평가 후 사드 배치 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30분도 지나지 않아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성주기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임시 배치된 성주 기지 내에서 발사대 위치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안보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표현도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은 회의 내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은 군사적 옵션도 고려한다는 것으로 통용된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표현으로는 멋있고 화끈해 보일 수 있지만, 강력한 수단 만들기 어려운 조건에서 선언적 라인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구체적으로 기준이 설정된 것은 없다. 그 선을 넘기 전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송 장관은 북핵 대응과 관련해 킬체인(Kill Chain•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해 타격하는 공격형 방위 시스템) 등을 활용한 독자 타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핵 잠수함 도입에 대해선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하벙커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탄두 중량을 2t으로 늘리자는 방안과 관련해선 “한도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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