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발사 이후 미국이 최후통첩성 압박을 가해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북핵 문제 문외한’이라고 비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군사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천명한 상황에서 ‘중국 책임론’에 기반한 미국의 압박과 요구는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31일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했을 수 있지만 비난의 화살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며 “북한 스스로 핵 개발을 결정하고 한미 군사위협도 무시하는데 중국이 제재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 등이 한 목소리로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북한이 도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틀렸다고 못 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관영매체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을 문외한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중국을 향한 그의 압박이 “화가 나서 한 말일 것”(환구시보)이라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중국은 나아가 사실상의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군이 북한의 ICBM 도발 이틀 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요격시험을 단행한 데 대해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는 대신 진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사드 요격시험과 함께 장거리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한 점에도 주목했다. 미국이 군사력을 앞세워 북한을 자극하는 게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 셈이다.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동시 진행)과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거듭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조선(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한 채 유엔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왔다”면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면 중국의 제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카드를 의식한 듯 “북핵과 미중 무역은 완전히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 통상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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