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에 피해 접수돼
사령관 부인 폭언 등 갑질도
육군 대장 가족이 공관병에게 본래 임무와 관계없는 집안 청소, 빨래 등을 시키며 갑(甲)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찬주 대장 가족이 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관병, 조리병 등에게 갑질을 넘어 노예 수준의 취급을 일삼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복수의 피해자들은 관사 관리와 사령관 보좌는 물론, 사령관 가족들이 지시한 사적 업무까지 도맡아야 했다. “빨래와 다림질, 텃밭 가꾸기, 화장실 청소뿐만 아니라 사령관 부인 지시에 따라 공관 안방 블라인드를 치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발톱과 각질을 치우기도 했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사령관 아들 뒷바라지도 공관병 몫이었다. “사령관 첫째 아들이 밤늦게 귀가하면 조리병이 간식을 준비해주고, 공군 병사로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 후 부대로 복귀할 땐 운전 부사관이 부대까지 데려다 줬다”는 것이다. 사령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좌하는 장교와 부사관이 공관 텃밭 손질에 동원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약 1년간 지속된 갑질에도 신고나 제보는 어려웠다. 센터는 “공관에는 전화가 없어 본부대대까지 20분 이상 걸어가야 전화를 쓸 수 있는데, 상부에서 공관 밖으로 외출을 금지해 사실상 전화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이 운전병을 사적으로 부린 사건이 폭로된 후 인터넷 사용도 금지돼 외부 접촉도 제한됐다.
센터는 “사적 업무까지 수행하다 보니 피해자들은 늘 과로에 시달렸고, 특히 사령관 부인은 업무 수행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장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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