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사진=대한배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 여자 배구가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3년 만에 나선 월드 그랑프리를 통해 악조건 속에서도 우승보다 값진 성과들을 일궈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성진(54)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 그랑프리 2그룹 결선 라운드 폴란드와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9-25 21-25 21-25)으로 패했다.
지난 2년간 이 대회에 불참하면서 최상위 1그룹이 아닌 2그룹에 배정된 한국은 3년만의 그랑프리 출전에서 목표로 했던 2그룹 우승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회 전부터 부상 선수들이 대거 발생해 최종 엔트리 14명 중 12명만 데리고 값진 준우승을 일궈냈다.
어차피 한계는 있었다. 그 한계를 넘느냐의 싸움이었다. 바로 체력이다. 12명이 한 달간 유럽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친 탓에 체력 소모가 컸던 것이 막바지 경기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다. 국가대표를 지낸 유애자(55) 배구 해설위원은 결승전 패배에 대해 “일단 실력의 차이는 아니다”며 “경기 내용으로만 보면 에이스인 김연경(29ㆍ상하이 구오후아)이 체력 소진을 너무 많이 한다. 1인3역을 하는 선수다. 전위에서 자기소임을 하고 뒤에 가면 수비하면서 체력 보충을 해 다시 힘을 모아서 전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김연경은 뒤에 오면 더 바쁘다. 수비하는 걸 보면 뒤에서 발이 한 시도 쉬지 않는다. (김)연경이 같은 경우 체력도 많이 떨어졌지만 전혀 표시를 내지 않았을 뿐 아픈 곳도 조금씩 있었다”고 짚었다.
시차의 문제도 간과하지 못할 악재였다. 유 위원은 “단순히 시차 적응을 말할 게 아니라 시차 적응이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를 알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체코로 다시 갔는데 체험상 비행기를 탄 시간만큼 1주일 이상의 적응 기간이 나와야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다. 26일 출국해서 29일에 4강전을 했는데 그 정도 가지고 회복이 안 된다. 경기를 하면서 볼을 때려도 내 컨디션이 아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우승보다 값진 것들을 얻은 대회였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유스 무브먼트를 단행한 대표팀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호흡을 과시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이 최종 목표인 대표팀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이들의 거듭된 선전에 여자 배구 인기가 더욱 치솟은 점도 빼놓지 못할 수확이다.
유 위원은 “대표팀이 세대교체 중이다. 그런데 공격수는 1~2년 국제 경기 경험을 쌓으면 기량이 확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세터는 다르다. 1~2년에 되는 게 아니다. 세터는 경력과 경험이 계속 쌓여가고 그 경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건 24시간 연습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가능성을 보인 염혜선(26ㆍIBK기업은행)과 이소라(30ㆍ한국도로공사)의 장점을 잘 믹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대교체 와중에도 실력을 과시하며 배구 붐을 일으킨 대표팀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위원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준우승도 잘했다”면서 “여자 선수들이 김연경을 중심으로 이렇게 힘을 내고 배구 붐을 일으켰다. 지난 수원(3주차)에서 3일 동안 이런 현장의 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80~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이런 것이 없었다. 선수는 관중들이 있어야 배구할 맛이 난다. 이렇게 이끌어주는 후배 선수들이 고맙고 이를 계기로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할 동기부여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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