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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디자이너가 무대 연출하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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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디자이너가 무대 연출하면 다르다?

입력
2017.07.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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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할 당시부터 섬세한 연출력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태용 감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할 당시부터 섬세한 연출력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와 ‘가족의 탄생’ ‘만추’ 등을 선보인 김태용 감독은 충무로에서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스크린이 아닌 무대에 올려진다. 김 감독은 국악 전용 공연장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10월 공연할 ‘꼭두’의 연출가로 나선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작품이다. 목각 인형인 꼭두를 소재로 하는 공연으로 국립국악원 예술단이 제작한다. 김 감독은 국내 현존 영화 중 가장 오래 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악극 형식을 덧붙여 호평을 받은 적은 있으나 그의 국악극 연출은 예상 밖 행보다.

30일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김 감독 ‘영입’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 공연의 대표작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김 감독은 고전영화를 무대 예술로 보여주는 작업들을 해 와서 이야기 구성력과 무대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 감독 뿐 아니다. 공연계에서 무대 전문 연출가가 아닌 이들에게 연출을 맡기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외부인의 새로운 시각을 공연 무대에 접목 시킬 수 있어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장르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선행돼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나온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는 내달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로 오페라 연출에도 도전한다. 정 디자이너는 국립무용단의 여러 작품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서 호평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제공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는 내달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로 오페라 연출에도 도전한다. 정 디자이너는 국립무용단의 여러 작품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서 호평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제공

패션디자이너와 작곡가가 연출하는 공연 무대

무대로 활동 장소를 옮긴 대표적인 외부 전문가는 디자이너 정구호다. 그는 국립무용단의 여러 작품에서 연출은 물론 무대 및 조명디자인까지 맡았다. 2012년 국립발레단 ‘포이즈’로 무용 연출을 시작한 그는 국립무용단의 ‘단’ ‘묵향’ ‘향연’을 잇달아 무대에 올렸다. 전통무용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학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 디자이너는 국립무용단의 2017-2018 시즌 개막작인 ‘춘상’으로 9월 다시 한 번 연출가로 나선다. ‘춘상’은 ‘춘향전’을 현대 20대 청춘들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패션쇼 무대에서도 춤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던 정 디자이너는 무대를 시각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무용 연출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국립무용단이 정 디자이너의 연출에 기대하는 바 역시 시각적인 면과 ‘전통의 현대화’다.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디자이너가 현대에 걸 맞는 연출을 해줄 수 있는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예림 무용 평론가는 “정 디자이너는 안무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면에서 무용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을 포착해내는 능력이 있다”며 “’향연’에서는 의상의 옷고름을 없앴는데 시각적으로 더 잘 꾸며졌다”고 평가했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는 내달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는 내달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정 디자이너는 오페라 연출에도 도전한다. 내달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를 통해서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밑그림 삼아 조선 영ㆍ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국적인 무대와 의상, 춤사위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수 출신 작곡가 장영규도 공연계에서 안착한 외부인이다. 영화 ‘도둑들’과 ‘암살’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일해 온 그는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한 ‘완월’로 지난해 무용 연출가로 데뷔했다. 무용 공연임에도 안무가 없이 강강술래의 주요 동작을 잘게 쪼개 변형하고 조립하는 연출로 무대를 완성해 갈채를 받았다.

“관객 유입 효과… 장를 제대로 이해해야”

공연계의 외부 전문가 영입은 관객을 모으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송현민 국악 평론가는 “외부 연출가들로 창극과 국악에도 연극,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기존 작품들에서 볼 수 없던 재미와 음악 외적인 요소들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송 평론가는 “김태용 감독의 ‘꼭두’는 영상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다”며 “연극, 연희, 국악에 영화 팬들까지 객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인 영입을 긍정적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장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혹평을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용숙 음악 평론가는 “오페라는 가사와 음악이 완전한 유기체인데, 연극이나 CF 연출가 등 강렬한 임팩트에 무게를 두는 연출가일 경우 음악을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림 무용 평론가는 “정구호 디자이너의 무용 연출이 성공적이었던 건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장과 작업을 하는 등 무용에 대한 이해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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