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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뒷심 부족' 떨쳐내고 대역전극 펼친 이미향의 우승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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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뒷심 부족' 떨쳐내고 대역전극 펼친 이미향의 우승 스토리

입력
2017.07.3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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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사진=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와 지난 해 박세리(40) 은퇴식에서 이미향(24ㆍKB금융)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162cm로 아담한 키에 밝은 미소를 짓는 그와의 대화는 꽤나 유쾌했다.

물론 이런 그의 장점은 골퍼로선 독이 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는 대회 1, 2라운드에서 선두권에 오르다가도 뒷심 부족으로 마지막 날 평범한 성적을 받아들 때가 많았다.

그러던 이미향이 마침내 일을 냈다. 그는 176cm 장신인 허미정(28ㆍ대방건설)과 통산 41승의 ‘전설’ 캐리 웹(43ㆍ호주)을 누르고 LPGA 정상에 등극했다.

그는 3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 코스(파72ㆍ6,390야드)에서 끝난 LPGA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그는 허미정과 웹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1993년 인천 출생인 이미향은 2011년에 프로로 전향해 2012년엔 LPGA 2부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뛰었다. 그 해 시메트라 투어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에서 활약했으며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2년 8개월 만인 이번 대회에서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자신의 핸디캡인 키와 뒷심 부족을 완벽하게 극복한 경기였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웹과 김세영(24ㆍ미래에셋)에 6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미향은 이날 강풍 속에서도 매서운 샷 감각을 뽐냈다. 1번홀과 2번홀(이상 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기록한 그는 4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5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권을 맹렬히 추격했다.

그러다 9번홀(파4) 버디를 통해 베테랑 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승부는 둘의 싸움이었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웹이었다. 그는 14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겼으나 그린 밖에서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이글로 연결되는 행운이 따라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먼저 무너진 쪽도 웹이었다. 16번홀(파4) 보기로 이미향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한 웹은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로 보내고 세 번째 샷 마저 벙커에 빠트리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1위에 오른 이미향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웹과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이미향은 후반 들어 파 행진을 하다가 선두에 오른 후 바로 버디를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다. 웹은 이미향에게 2타 뒤진 상황에서 18번홀을 시작했지만 이글이 아닌 버디를 잡는 데 그치며 허미정과 공동 준우승에 올랐다.

이미향은 "우승할 줄은 몰랐다. 2라운드 후부턴 다음 주 열리는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의 연습이라도 한다는 심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미향은 골프 백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1, 2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골프 백이 늦게 도착해서 연습 라운드는 클럽을 빌려서 치러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브리티시 오픈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여자골프는 여전히 기세 등등했다. 이미향과 허미정을 포함, 대회 ‘톱11’ 중엔 한국 선수가 5명이 포진했다. 유선영(31ㆍJDX멀티스포츠)과 김세영이 3언더파 285타 공동 6위, 지난 주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인경(29ㆍ한화)이 1언더파 287타 공동 9위에 자리했다. 한국여자골프는 박성현(US여자오픈)과 김인경, 이미향까지 최근 열린 3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모두 수집하는 기염을 토했다. 태극낭자들은 11승을 합작하며 시즌 최다승 기록인 15승(2015년)에도 성큼 다가섰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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