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키로
군 탄도미사일 사거리ㆍ중량 늘려 보복 능력 키운다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차 발사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늘려 유사시 독자적 대북 보복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이다. 미국 측도 긍정적 입장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화성-14형 시험발사 1시간 20분 만인 29일 새벽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 개정 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오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개정 협상에 동의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올 하반기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한국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30일 “협의를 늦출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르면 올해 말 대체적인 개정 방향이 가시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미는 2012년 3차 미사일지침 개정 당시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반비례시키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에 따라 최대사거리(800㎞)에서의 탄두중량을 500㎏으로 제한했다. 사거리 500㎞에서는 탄두중량이 1톤이지만 사거리가 늘어나면 중량을 줄이는 방식의 합의였다.
정부는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사거리보다는 탄두중량 늘리기에 협상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대사거리 800㎞에서의 탄두 중량을 현재의 2배인 1톤까지 늘린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기존 사거리로도 북한 지역이 대체로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오긴 하나 유사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지하 은신처를 타격하자면 기존의 탄두중량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역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ICBM을 사실상 완성하는 단계여서 한국의 독자적 대북 보복타격 능력을 키워 북한을 억제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 쏠 수 있는 미사일 탄두중량이 늘어날 경우 김정은이 숨을 수 있는 지하 은신처가 기존 10개에서 5개로 줄어드는 식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군의 독자적 미사일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도 지침 개정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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