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에 이어 28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다시 발사한 건 미국을 상대로 군사 억지력을 갖추는 동시에 몸값을 높여 향후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수순의 일환이다. 핵과 ICBM을 양손에 쥐어야 미국을 윽박지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은 당분간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한 도발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최종목표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ICBM 개발이다. 미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기도 하다. 미 본토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포함되면, 반격 능력을 의식한 미국이 유사시 북한을 선제적으로 응징하는 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3년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해 핵 보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1월 신년사에선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밝히며 올해 안에 ICBM 능력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달에만 두 차례 화성-14형 ICBM을 쏜 것도 그 때문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30일 “북한은 미국과 일전을 불사한다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핵과 ICBM의 결합을 이루기 위해 최대로 속도를 높여 달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은 당장 미국과의 협상을 저울질하기보다는 핵 개발과 ICBM 발사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레드라인을 농락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이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담판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이는 두 차례 발사한 화성-14형의 재진입 기술 등을 재차 검증하기 위해 얼마든지 ICBM을 또 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화성-14형 1ㆍ2차 발사를 모두 성공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즉시 실전 배치 선언을 하지 않은 건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핵실험은 북한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1년여 전부터 1~2주일 이내에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ICBM이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하고 재진입 기술까지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핵탄두의 폭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6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째 잠잠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 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액체연료인 화성-14형과 달리 SLBM에는 북극성 계열의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북한이 5월 지상에서 발사한 북극성-2형은 500여㎞를 날아가 성공으로 평가 받았고, 김 위원장은 즉시 실전 배치를 승인했다. 이제 북극성-2형을 잠수함에 실어 물 속에서 발사하는 과정만 남았다. SLBM은 사거리 2,500여㎞로,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핵과 ICBM 다음으로 경계하는 무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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