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장관 사퇴한 당일밤 北미사일 터져, 외무가 2인역 안보공백 초래
악재연발 무너지는 아베 권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 주(8월3일) 개각을 앞뒀지만 지지율 하락(최저 26%)에 따른 권력 누수가 멈추지 않고 있다. 측근 보좌관이 공개비판을 하는가 하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이 사퇴한 28일 당일 밤 북한 미사일 발사까지 겹치면서 ‘안보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몰리고 있다.
30일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ㆍ참의원) 총리보좌관은 전날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을 두고 “은폐 체질과 공사혼동에 의한 허술함이 현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베가 회장을 맡고 있는 보수파 초당파의원모임 ‘창생일본’이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에서 개최한 연수회에 자리에서였다. 그는 “총리도, 아키에(昭惠)여사도 우리나라 맨 위에 있다”라며 “최고 권력자가 된 후엔 개인 관계를 드러내선 안 된다. (총리가)우정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손타쿠(忖度)가 있는 게 아니냐”고 사학 스캔들과 관련한 관료조직 대응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손타쿠는 누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눈치로 이를 파악해 알아서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변수도 아베의 추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사일 북풍(北風)몰이’로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안보책임자인 방위장관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에게 겸직도록 한 게 화근이 됐다. 북한이 심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기시다는 29일 새벽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방위성과 외무성을 오가며 1인2역을 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관계부처가 어느 쪽에 보고해야 할지 혼선을 빚는 등 지난 4일 미사일 발사 때 12분 만에 정부가 이 사실을 공표한 것과 달리 이번엔 30여 분 만에 대응이 이뤄질만큼 늦어졌다고 비판했다. 개각 전까지 방위장관 공백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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