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체계 마련 속도 내고
北 정권 교체 위한 공작 가능성도
리스크 많거나 기대 성과 적어
“대북 선택지 부족하다” 시각도
북한이 사정거리(약 1만㎞)로만 따지면 뉴욕, 보스턴을 비롯한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섰다. 미국으로서는 이제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의 중대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기존 외교ㆍ경제적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명백해진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이다. 즉 북한 요구대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군사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시킬지 선택의 기로에 다다른 것이다.
일부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는 있으나, ‘힘의 우위’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상 북한 요구를 받아주고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미국 동아시아 동맹의 두 축인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두 나라를 ‘군사 동맹’에 묶어 둘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안보공약 때문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김정은 위협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ㆍ외교적으로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기존 정책에 더해 군사적 대응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형국인 데다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때문에 북핵 제거를 위한 선제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징후가 뚜렷할 경우를 전제로 선제 타격하는 내용의 방안은 물론이고, 대북 무력 시위나 북한 정권의 기반을 흔드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조치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로 날아오는 길목인 괌ㆍ하와이 등 태평양과 알래스카에 감시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촘촘히 배치하는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지만, 추가 예산을 투입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대북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응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검토됐다가 보류했던 방안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이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전략무기의 상시 한반도 배치나, 한국 보수층 일부에서 요구하는 전술핵 재배치 등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언급한 김정은 정권 교체 공작도 미국의 대응 카드일 수 있다. 실제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한국에 흡수 통일되는 것에 반대하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 친중 정부를 세우는 조건으로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대북 군사억지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소재를 언제나 확실히 파악하고 공격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실제 사용해 실효를 거둘만한 대북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CNN은 ‘북한이 위협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뭘 할 수 있나’라는 기사에서 경제제재, 정보전, 외교대화, 국제사회 대북압력, 북 정권 변화, 군사행동 등 여섯 가지 선택지를 소개하면서도 각각 리스크가 많거나 기대 성과가 작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대사 등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들은 대체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주요한 지점을 넘어섰다는 데 동의한다”라면서도 “미 행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옵션이 제한적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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