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성명 통해 소식 알려
첫돌 일주일 앞둬 안타까움 더해
불치병 의료윤리 논쟁 불씨로
희귀병을 앓던 영국 아기 찰리 가드가 연명치료 중단 하루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찰리 부모인 코니 예이츠와 크리스 가드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엄마ㆍ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 너를 구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잘 자렴, 아름답고 작은 아들아”라며 사망 소식을 알렸다. 찰리는 첫 돌을 일주일 앞두고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해 8월 출생한 찰리는 환자가 세계에서 16명뿐인 희귀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을 앓다가 회복 불가능을 이유로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았다. 부모는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실험적 치료를 시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으나 미국 의료진이 치료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놓아야 했다.
집에서 자식의 투병을 끝내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의 바람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찰리는 26일 요양시설로 옮겨졌다. 찰리의 치료 중단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위터를 통해 “아기 찰리를 주님께 맡기고 부모와 찰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찰리의 죽음으로 불치병 치료를 둘러싼 의학적 윤리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찰리의 투병 사실이 공개되면서 의학적 잣대로 치료를 중단한 병원의 판단이 옳은가, 아니면 부모의 고집 만으로 소생 불가능한 삶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행위가 바람직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불거졌다. 찰리 엄마인 코니 예이츠는 성명에서 “병원은 마지막 소원을 거부했다. 우리는 아들의 삶과 죽음에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찰리 치료를 전담했던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은 그가 회복 불능의 뇌손상을 입은 점, 연명치료가 고통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여론은 의료분쟁이 터졌을 때 합의보다 법원 판결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합리적 해법 도출을 저해하는 갈등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찰리 부모는 장례를 마친 뒤 희귀병을 앓는 아기들을 위해 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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