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하면 대기업이나 첨단 기업하고만 관계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중소기업에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급수ㆍ난방용 플라스틱(PB) 배관 등을 제조하는 프럼파스트의 원재희 대표는 중소기업계에서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 불린다. 원 대표는 3년 전 2억원 가량을 투자해 세종시 본사에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한 뒤, 공장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중소기업에도 스마트공장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 대표가 구축한 스마트공장은 사실 그리 거창한 시스템은 아니다. 공장 기계의 가동률과 불량률, 온도 변화 등 생산 설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컴퓨터로 파악해 저장해 놓는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구축한 뒤 생산 현장 상황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원 대표는 “그전에는 불량이 나도 어디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데 한나절이 걸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뭐가 문제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문제를 빨리 파악해 공장을 다시 가동하니 제품 불량률이 과거에 비해 80%가량 급감했다”고 말했다.
불량률 감소는 생산량 증가와 매출증가 수익성 개선으로도 연결된다. 실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한 뒤 프럼파스트의 생산량은 연간 20%씩 늘고 있다.
스마트공장 효과를 체험한 원 대표는 올해 물류ㆍ배송 시스템에도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5년 후에는 공장에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 대표는 지난해부터 포럼과 강연 등을 통해 주변 중소기업체에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권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공장 등을 자신들과 먼 얘기로 생각하는 중소기업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생산 시설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중소기업일수록 스마트 시스템 구축으로 얻는 효과가 더 크다”며 “이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문제로 정부에서 더 많은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플라스틱 배관 시장의 25%가량을 차지하는 프럼파스트는 1992년 설립됐다. 파이프 대리점을 10년간 운영하던 원 대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플라스틱 배관이 철로 만든 배관 등을 밀어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원 대표는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더 낮은 단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이 주저 없이 회사를 설립했다”며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은 철로 만든 배관이 주류를 이뤄 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했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배관의 장점을 알아본 국내 건설 업체들이 하나둘씩 프럼파스트 배관을 사용할 때쯤 외환위기가 터졌다.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제품을 납품하고 받아야 할 돈 수십억원을 못 받게 된 프럼파스트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프럼파스트 제품 수요가 급증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원 대표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그때처럼 공감했던 적도 없었다”며 “처음에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 수출 시장을 확보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프럼파스트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럼파스트는 최근 동관이나 강관 플라스틱 파이프 등 모든 파이프 배관 연결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이음관을 개발해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에 수출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이 멀티 이음관은 동관으로 이어지던 배관이 플라스틱 등으로 바뀔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어 외국 바이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 대표는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으로 연구 개발을 할 시간이 늘면서 신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며 “우선 멀티 이음관 수출로 내년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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