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해외재산 은닉과 탈세 등 부패 혐의로 총리직을 잃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28일 대법관 5명 만장일치 의견으로 샤리프 총리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국가 부패방지기구(NAB)에 6주 안에 총리 일가의 부패 수사를 완료하고 전담 법원에 해당 사건을 재판하도록 명령했다. 샤리프 총리는 대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사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해 4월 ‘파나마 페이퍼스’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샤리프 총리의 자녀(아들 2명, 딸 1명)들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5곳을 통해 영국 런던에 아파트를 불법 소유한 사실을 폭로했다.
샤리프 총리 측은 자녀들의 오랜 해외사업 경험을 이유로 범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제2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임란 칸 총재 등 야권은 대법원에 총리 파면을 청원했다. 결국 올해 4월 반부패기구와 정보기관, 군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JIT)는 총리 일가의 자금 출처를 추적한 뒤, 이달 10일 "공개된 총리 가족 소득원과 실제 소득 사이에 확실한 괴리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샤리프 총리 측은 대법원 심리에서 “법적 권한을 넘은 JIT 조사는 신뢰할 수 없고 구속력도 없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법부 관계자는 “총리 측은 아파트 구입에 들어간 자금의 적법성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는 대법원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음모론도 제기된다. 샤리프 총리는 2013년 5월 취임 이후 국내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군이 ‘주적’으로 삼는 인도와 관계개선을 시도하면서 제거 표적이 됐다는 설도 흘러 나오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소속으로 동부 펀자브 주도 라호르의 부호 출신이다. 1990∼1993년, 1997∼1999년에 이어 세 번째 총리에 당선됐으나 3번 모두 중도 하차하는 시련을 겪게 됐다. 첫 총리 재직 당시에는 굴람 칸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부패 혐의가 제기돼 해임됐고, 연임 때에는 카슈미르 처리 문제를 놓고 항명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을 내치려다 오히려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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