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진행해 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신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국방부는 28일“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성주 기지의 전체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평가 방식이 통상 주민 공청회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0~15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사드 최종 배치 시기는 내년 중순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방부는 다만 지난 정부에 의해 이미 배치된 사드 관련 장비의 임시 운용은 허용키로 했다. 지역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한편, 이왕에 배치된 사드 1포대 2기 외의 4기에 대한 배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미국의 우려까지 고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부의 사드 부지 일반환경영향평가 실시 방침은 법적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면적 33만㎡ 이상일 경우는 일반환경영향평가, 33만㎡ 미만일 경우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군 측에 70만㎡를 제공하기로 해 놓고 절차가 복잡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인 32만㎡만 1단계로 공여했다고 볼 만하다.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법적 절차보다는 조기 배치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 기운 셈이다. 이런 ‘밀실 결정’이 여론 악화를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정상적 궤도를 밟는 것은 바람직하다.
새 환경영향평가 방식이 형식적 절차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상적 예상보다 평가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에 합의한 한미동맹 결정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고도 했다. 한미관계를 고려한 발언이긴 하지만 평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민 설득을 위한 눈가림용이라는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성주와 김천의 사드 반대 주민들은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정부의 일반환경영향평가 방침에도 반발하고 있는 마당이다.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기로 결정했으면 우선 차분히 그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 규정대로 자연훼손 여부와 토양오염, 전자파, 소음 등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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