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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전용’ 꼬리표 떼고 세계무대 우뚝 선 안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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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전용’ 꼬리표 떼고 세계무대 우뚝 선 안세현

입력
2017.07.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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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이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100m 5위, 200m 4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국 여자 수영 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올렸고 한국신기록을 3개나 세웠다. 사진은 안세현이 접영 200m에서 역영하는 모습.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안세현이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100m 5위, 200m 4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국 여자 수영 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올렸고 한국신기록을 3개나 세웠다. 사진은 안세현이 접영 200m에서 역영하는 모습.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퍼펙트.”

안세현(22ㆍ울산시청)을 향해 마이클 볼(55ㆍ코치) 코치가 엄지를 척 들었다.

볼 코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3관왕 스테파니 라이스(29ㆍ호주) 등을 조련한 세계적인 수영 지도자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박태환(28ㆍ인천시청)과 호흡을 맞춰 국내 팬들에게도 꽤 낯익은 이름이다. 볼 코치는 2015년 초부터 안세현을 가르쳐 2년 여 만에 결실을 봤다.

안세현은 28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결선에서 2분06초67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전체 8명 가운데 4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접영 100m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12년 만에 결선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던 그는 사흘 만에 순위를 또 한 계단 높였다. 또 접영 100m 준결선과 결선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로 한국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한국 여자 수영 사상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도 가능한 레이스였다. 안세현과 동메달을 딴 카틴카 호스주(28ㆍ헝가리ㆍ2분06초02)의 기록은 0.65초 차였다.

마이클 볼(왼쪽) 코치와 안세현. SK텔레콤스포츠단 제공
마이클 볼(왼쪽) 코치와 안세현. SK텔레콤스포츠단 제공

안세현은 볼 코치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이행했다. 처음 50m 28초대(실제 28초20), 100m 32초대(32초76), 150m 32초대(32초85), 마지막 50m 33초 이내(32초86)라는 주문을 흠잡을 데 없이 소화했다. 특히 그 동안 가장 힘들어하던 마의 150m 구간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권세정 SK텔레콤스포츠단 매니저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준비한 걸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보여준 점을 볼 코치는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세현은 몇 년 전까지 ‘체전용’ 혹은 ‘국내용’이란 따가운 비아냥을 들었다.

그는 주 종목 접영 100m에서 한국신기록을 10번이나 갈아치웠다. 2011년 전국체전부터 접영 100m는 6연패를 달성했고, 접영 50m와 200m에서도 두 개씩 금메달을 보탰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4년 11월 팔꿈치 수술 즈음 힘든 심경을 나타낸 글. 안세현 인스타그램 캡처
2014년 11월 팔꿈치 수술 즈음 힘든 심경을 나타낸 글. 안세현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안세현은 볼 코치를 만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볼 코치 앞에서 처음 테스트를 받을 때 안세현은 앞서 받은 팔꿈치 수술의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볼 코치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봤다. 안세현은 수영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물 잡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50m를 31초 내에 들어오라고 하면 보통 선수들은 22~23번 스트로크를 하는데 안세현은 19~20번이면 충분하다. 효율성이 좋은 수영을 한다는 의미로 자동차로 말하면 ‘연비’가 뛰어난 셈이다. 볼 코치는 또한 수영 선수에게 치명적인 팔꿈치 수술을 이겨낸 안세현의 악바리 같은 승부근성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급성장한 안세현은 지난 해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결선 진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 올림픽 실전 무대에 선 그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평소에 못 미치는 기록으로 접영 100m와 200m 모두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권세정 매니저는 “올림픽이 끝난 뒤 안세현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절치부심했다”고 말했다.

안세현은 헝가리 입성 직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이어진 두 달간의 혹독한 프로그램을 군말 없이 소화하며 더욱 단단해졌다.

안세현이 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그의 오른팔 안쪽에 오륜 무늬가 그려져 있다. 안세현 인스타그램 캡처
안세현이 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그의 오른팔 안쪽에 오륜 무늬가 그려져 있다. 안세현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이런 성장세라면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수영 첫 메달획득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당장 내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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