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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의 희망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입력
2017.07.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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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을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사회의 활력이 사라지고 사회통합도 무척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와 사회적 지위의 세습을 위해 기득권층이 구축한 안전장치가 너무 단단한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단지 당위성이나 명분에만 기대어 희망 사다리 복원을 도모하는 것은 현실성과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하여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선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성적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저소득층 아동을 성적 경쟁에만 내모는 건 결과가 뻔히 예견되는 경쟁에서 실패를 몸소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저소득층 아동 가운데 교과 성적이 우수한 집단과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집단 모두에게 공평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접근이 요망된다.

먼저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범주에 해당하는 아동은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아울러 저소득층 거주지에는 마땅한 역할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학업 관련 동기부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통해 우수한 저소득층 아동을 지역사회에서 닮고 싶은 역할모델로 키워내는 것은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에 매우 중요하다.

학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에도 가정형편 때문에 그런 재능이 사장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직면해 있는 승자독식 시대는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기존 교육패러다임의 혁파를 요구하고 있다. 승자독식 시대엔 명문대 진학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미래를 걸도록 도와주는 게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유통 공룡 아마존의 사례가 보여주듯 승자독식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세계화의 한 단면이다. 국내 골목상권에서조차도 승자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및 물류 혁신이 이를 추동하고 있다.

일례로 요즘엔 사람들이 낯선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도 미리 현지 맛집을 특정해 예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집엔 긴 줄을 지어 기다리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손님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음식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도 인근 경쟁 업소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엔 매일 택배로만 단팥빵을 1만 개 이상 판매하는 빵집도 있다.

이처럼 승자독식 시대엔 이전에 하찮게 여겨지던 재능도 독특성이나 비범성만 담보된다면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보상을 누릴 수 있다. 반면 평범한 것에 대한 보상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실망스러울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이 시대의 교육은 미래세대가 지닌 다양한 재능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며 계발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교사의 중요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소득층 아동에겐 교육이 계층상승의 거의 유일한 통로라 할 수 있다. 이런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어떤 분야로 나아가든 꿈을 이루기 위해선 교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정이나 부모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게 상대적으로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저소득층 아동이 교육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노정에서 가장 믿고 의지할 만한 동반자가 되어 줄 필요가 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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