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맞춤형 대화
“더불어 잘사는 경제 위하여” 건배
기업 고충 듣는데 상당 시간 할애
권오준 회장에 ‘美 철강 수출’
금춘수 부회장에겐 태양광 관련 질문
함영준 회장에게는 “착한 기업 노력이
오늘의 오뚜기 만들어” 찬사
“기업이 잘 돼야 나라 잘 된다” 마무리 발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경내에서 주요 기업인들과 호프 타임을 갖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치며 맥주 잔을 부딪혔다. 본격적인 간담회에서 앞서 26분간 진행된 호프 미팅은 농담과 웃음이 오가는 격식 없는 자리였다. 양복 상의를 벗고 기업인들과 다양한 관심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문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 고충 해결에 앞장 서야 한다”고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중견 기업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청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향해 “갓뚜기”라고 극찬하며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 창출 등에 대한 기업의 공헌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 들어서며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녹지원에 설치된 디스펜서(맥주 기계)로 다가가 350㎖잔에 직접 맥주를 따른 문 대통령은 “경제인들께 충분히 듣고 싶어 각본도 없고 시간 제한도 없는 편한 만남을 마련했다”고 환영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배려한 ‘맞춤형 대화’를 나누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다. 지난 올림픽 때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냐”고 농담을 던졌다. 정 부회장은 이에 “남녀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는 그가 전세계 직원들에게 격려 의미로 피자를 돌려 ‘피자 CEO’ 별명이 붙은 점을 언급하며 “직원 사기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 우리도 한번 돌려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는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떠냐"고 관심을 표하자, 박 회장은 "지금 3등 하고 있는데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라고 다소 아쉬운 듯 말했다. 이 얘기를 듣던 주변의 한 참석자가 “기아 여기 있습니다. 기아를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송경식 CJ 회장에게는 “정말로 정정하시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도 좋으시다”며 친근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고충을 듣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신재생에너지에 역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한국 태양광 여건이 어떠냐”고 묻자, 금 부회장은 “5%가 안 된다. 입지 조건을 완화해 주시면 좋겠다”고 즉석 민원을 제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는 미국의 한국 철강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요즘 미국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런 고충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기업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특히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 윤리 경영으로 주목 받아 특별 초청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문 대통령이 함 회장을 보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추켜세우자 장하성 정책실장은 아예 대통령 옆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이나 사회적 공헌 등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거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부합하는 모델 기업인데 나중에 그 노하우를 말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건배사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된다”면서 “국민 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외치자 기업인들도 “위하여”라고 외쳤다. 이어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상춘재로 입장해 오후 8시 40분까지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