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외서면의 한 마을 주민들이 대형 축사 건립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외서면 관동리 주민들은 지난 21일 상주시청 앞에서 ‘축사 반대’ 등의 글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청정지역인 관동리에 수질 오염과 악취를 유발하는 대규모 축사 건립을 허용한 것은 문제”라며 “상주시는 건립 신고를 반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은 축산농인 A씨가 지난 4월 관동리 백원초교 인근 7,386㎡ 부지에 축사 11동(3.400㎡)을 짓겠다고 상주시청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소 500여 마리를 사육할 수 있어 상주에서도 대규모 축사로 꼽힌다. 주민들은 축사가 들어설 경우 생존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축사 예정지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마을과 1만㎡ 규모의 오이 비닐하우스, 전통 막걸리 공장, 음식점, 송어양식장 등이 있다. 상주의 유명 관광지인 경천대로 가는 입구여서 관광객의 왕래도 잦다.
축사 예정지 인근에는 귀촌인 20여가구가 매달 한차례 장터를 열어 친환경 청정마을이란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축사가 들어서면 분뇨 악취에다 축산 폐수 방류 가능성도 있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피선호 축사건립 주민반대대책위원회 국장은 “축산 폐수에서 나는 악취와 인근 하천의 오염 우려로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답답해했다.
교육 환경 악화도 주민들의 걱정거리다. 인근의 백원초교와 부설유치원에서 마을 어린이 91명이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축사 신축 신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A씨가 축사 ‘쪼개기’라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축산폐수 처리 등에서 환경규제가 심한 ‘허가’를 피하기 위해 축사를 11개 동으로 나눠 신고했다고 의심한다. 건축법에 따르면 축사의 면적이 400㎡이하일 경우 신고만으로 지을 수 있다. 이를 넘으면 환경부서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기자가 여러 차례 A씨에게 전화했지만 “축사와 관련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상주시는 A씨의 신고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축사를 분리해 신고해도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쪼개기 신고가 가능하다면 대규모 축사를 지을 때 실제 면적대로 신고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시 측이 신고를 접수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공무원의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반발을 예상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축사건립을 승인했다”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다른 곳에 짓도록 하는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주시는 화개동과 신봉동 부근의 악취 민원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2015년부터 개인 소유의 돈사 3곳을 매입하고 있다. 2018년까지 예산 62억원을 투입한다. 한쪽에선 축사를 사들이고 다른 쪽에선 주민 반발에도 신축을 허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축사와 돈사가 세워진 뒤 악취 민원을 제기하면 또 다시 예산을 들여 매입할지 묻고 싶다”고 했다. 상주시는 올해 재정자립도가 13%로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208위다.
글ㆍ사진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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