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등판론 對 정계 은퇴론 팽팽
국민의당이 8월27일 전당대회의 큰 그림을 확정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뜨지 않는 선거 분위기에 고민이 깊다. 전당대회 흥행에 총력전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당 안팎에선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거취를 놓고 논란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거취 문제는 전당대회 등판론과 정계은퇴론으로 팽팽히 맞서 있다. 등판론의 선봉에는 안철수계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개인 지지자 모임인 미래혁신모임이 서 있다. 지역위원장들은 최근 안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정치 일선에 물러나 있다면 금명간 전국 지역위원회로 출마촉구 연판장을 돌릴 것’이라며 출마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혁신모임은 21일과 26일 안 전 대표의 서울 노원구 자택 앞과 당사 앞에서 각각 출마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행동으로 압박에 나선 상태다.
안철수계 의원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이동섭 의원은 27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우리 당을 만든 장본인인 안 전 대표의 책임을 물으면 당의 존립이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의 자산인 안철수는 우리가 스스로 상처내지 말고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비안철수계 일부 의원들이 최근 당내 회의에서 “안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하지 않으면 당이 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을 방어해주는 방식으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동선을 넓혀준 것이다.
반면 비 안철수계 의원들은 여전히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했던 이찬열 의원은 이날 미래혁신모임 회원들의 항의 방문에도 “당이 지금 숨 막혀 죽어가고 있는데 극약 처방을 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당 외부에서도 안 전 대표 등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주최 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안철수당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넘어 설 수 있도록 정치적 재충전기를 갖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고 최고위원 수를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당헌ㆍ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중앙위에서 부칙 조항 신설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 선거 절차를 간소화해 줘 체육관 전당대회를 탈피하는 방향으로 구체적 방안이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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