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통령 “간섭 말라” 발끈
미국이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려는 베네수엘라 정부 관료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30일 예정된 투표를 취소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가할 방침도 시사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 또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티비사이 루세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 제헌의회 투표를 관장하는 엘리아스 하우아 전 부통령을 비롯, 군대 지휘관, 국영석유기업 부사장 등이 올랐다. 제헌의회 선거를 주도하거나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거나 부패와 연루돼 있는 이들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다가오는 선거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투표를 취소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 경제를 저격하는 보다 강력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성명을 내고 “나쁜 리더에 의해 민주주의와 자유, 법의 가치가 짓밟히고 있다”라며 “이런 가치들을 위해 싸우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마두로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러시아 매체인 R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향한 공격을 중단하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간섭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후 국내 방송에도 출연해 미국의 제재를 “무례한(insolent) 행위”라고 지칭하고, “제헌의회는 베네수엘라의 복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경제난으로 지난 4월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지금까지 100명 넘게 숨졌다. 오는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부터 27일까지 마두로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을 반대하는 총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28일에는 각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및 행진이 진행될 예정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on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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