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모델 출신의 ‘스타’ 정치인 렌호(蓮舫) 일본 민진당 대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최대 위기국면에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당내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27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렌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일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렌호 대표는 지난해 9월 15일 야당재건을 내걸고 당대표 경선에 승리해 취임한 뒤 10개월여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는 “더 강한 민진당을 새로운 집행부가 이끌어주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조속히 당대표 선거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학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새 지도부가 국민 불만을 대변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렌호 대표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의 사퇴 정도로 당내 비판을 돌파하려 했지만 후임 간사장 인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 보유 문제로 비판을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민진당은 광고모델 출신인 렌호의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워 당 재건을 모색했지만, 대표 본인이 리더십에 한계를 보이는 등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제1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집권 자민당도 난맥상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에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해 설화를 겪고 있다. 전날 오사카(大阪)시 파벌 모임에서 “자민당에 여러 말이 많지만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자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해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몸을 낮추는 민감한 국면에 또다시 실언을 했다는 당내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 소속의원의 불륜스캔들도 터졌다. 작년 참의원선거 때 비례대표로 영입돼 ‘아베 칠드런’으로 불려온 걸그룹 ‘SPEED’출신 이마이 에리코(今井繪理子ㆍ33) 의원이 고베(神戶)시의 유부남 시의원과 불륜관계라는 ‘슈칸신초(週刊新潮)’ 보도가 이날 나오면서 자민당이 발칵 뒤집혔다.
한편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 파견 자위대의 근무일지 은폐의혹에 휩싸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이 사임할 의향을 굳혔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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