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4일 금강산에서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4기 추모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현대아산의 요청을 27일 공식 거부했다. 우리 정부의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민간 차원의 교류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협상기관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이날 팩스를 통해 "이번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현대아산이 전했다. 아태평화위는 지난주 현대아산의 방북요청에 “의사를 잘 전달 받았다. (당국에) 이를 전달하고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부한 것이다.
2003년 8월 4일 정 전 회장이 타계한 뒤 현대아산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금강산에서 추모식을 개최해왔다. 지난해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정부가 민간 교류를 차단하면서 현대아산도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방북 신청을 거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은 전면 거부가 아니라 한반도 지역의 다양한 정세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북측의 반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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