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합의 시한 임박
부모는 집에서 임종 원하지만
병원선 의료 지원 안 해줘
희귀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을 안고 태어난 지 11개월 만에 연명치료 중단 판결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국 아기 찰리 가드가 하루 안에 호스피스 시설에서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고등법원은 찰리 부모와 찰리가 입원한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이 27일 정오까지 연명치료 대책에 합의하지 않으면 찰리를 호스피스 시설로 이동시킨 후 연명치료 대신 고통완화 치료로 전환할 것을 명령했다. 찰리는 연명치료를 중단해 호흡기를 떼면 수시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병원 측 대변인은 호스피스 시설로의 이동은 28일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찰리의 부모 코니 예이츠와 크리스 가드는 당초 찰리가 집에서 약 일주일간 호흡기를 장착한 채로 머물다 숨을 거두기를 원했지만 병원은 찰리의 연명을 위한 침습성 인공호흡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 찰리의 집중치료를 위해서는 24시간 의료지원이 필요한데 찰리 부모의 집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찰리가 호스피스 시설 내에서나마 연명하려면 이들을 도와줄 의료진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태다. 병원 내 일부 의사와 간호사가 자원했지만 이들은 집중치료 경험이 없는 의료진으로 확인됐다.
재판 도중 예이츠는 병원측을 향해 “당신 자식이라면 그렇게 했겠느냐” “스스로 행복하길 바란다”고 외치며 흐느꼈고, 니콜라스 프랜시스 판사도 “매우 슬프고도 슬픈 결말”이라고 탄식하며 결정을 내렸다. 찰리 가족의 한 지인은 “찰리 부모는 집에서 임종하는 것도 포기했는데 병원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해 찰리를 지원할 의료진조차 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예이츠와 가드는 24일 찰리의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5개월 동안 이어 오던 법정 투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찰리 가족의 법적 대리인 그랜트 암스트롱에 따르면 MDS를 앓던 찰리에게 실험적 치료법을 시도하려던 미국 컬럼비아대 미치노 히라노 교수는 찰리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를 검토한 뒤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찰리가 앓고 있는 MDS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뇌와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소 질환이다. 앞서 영국 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찰리의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하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찰리의 치료를 원하는 부모를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등 찰리 가족의 사연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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