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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ㆍ고용 확대’에서 상생ㆍ동반 성장으로…달라진 간담회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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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ㆍ고용 확대’에서 상생ㆍ동반 성장으로…달라진 간담회 화두

입력
2017.07.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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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선

투자 당부하고 대기업이 약속

“실제론 시행 안된 경우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전환과

협력사 지원방안 등 논의

대기업도 보여주기식 발표 자제

2005년 5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 회의'에 참석한 재계 회장들.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5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 회의'에 참석한 재계 회장들.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12월 2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을 방문해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했다.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지 꼭 9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기업은 돈으로 기여하는 것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투자해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그는 기업인들에게 “어려운 점이 있으면 내게 직접 연락하라”고도 했다. 이에 대기업 총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기업들은 분위기만 조성되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고, 삼성은 국내외에서 25조~26조원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연간 11조원의 깜짝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다른 기업 총수들도 “투자와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총수들이 밝힌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최소 1조원 이상이었다. 대신 기업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불법 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등을 요청했다.

4개월 뒤 이번엔 재계 총수들이 청와대로 초청받아 이명박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배사로 ‘투자’를 외쳤고, 기업 총수들은 ‘일자리’란 단어로 화답했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만남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화두는 ‘경제살리기’였고,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이 담긴 ‘장밋빛 청사진’들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8월28일 10대그룹 회장단과 청와대에서 첫 번째 간담회를 열어 화끈한 투자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과감한 선제적 투자는 경제를 새롭게 일으키는 동력이 돼 왔다”며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30대 그룹은 연간 투자액을 애초 계획보다 6조원 늘리고, 신규 고용 규모도 1만3,000명 늘어난 14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각종 민원을 쏟아낸 것도 이전과 닮았다. 기업 총수들은 투자를 막는 걸림돌로 정부의 각종 규제, 국내 근로자의 고임금 문제, 수출에 대한 정부 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이에 대선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던 박 대통령은 재계가 반발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며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지 않도록 독소조항이 없는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중심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옮겨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간담회는 의제와 형식에서 이전 정부 때의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다. 기업들은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 고용 계획을 일괄적으로 모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기업별로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2, 3차 협력사 지원 방안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대화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일자리 창출, 동반 성장 등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 때 강조됐던 의제와 맞닿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6월 4대 그룹 총수들과 서울의 한 삼계탕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재계와의 대화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대해 강조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만났을 때 관행적으로 대규모 투자 고용 계획이 발표됐지만 실질적으로 이행된 경우는 많지 않다”며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방안도 보여주기식 발표로 변질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솔한 대화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직접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직접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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