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인간
후스크밋나운 지음
북레시피 발행ㆍ160쪽ㆍ2만5,000원
이런 유치한 표현은 좀 미안하지만, ‘3D 페이퍼 아트’라 해서 책을 펼쳤을 때 종이가 벌떡 일어나진 않는다. 종이 대신 벌떡 일어서는 건 짧고도 유쾌한 상상이다. 책의 참맛은 한껏 묘사한다고 해봐야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 글과 그림의 여백이 강제(?)하는 상상력 아니던가. 구겨진 종이를 이용해 블랙홀, 아니 화이트홀로 빠져들어가는 인물을 표지에다 그려둔 것부터 그렇다.

‘종이인간’은 그냥 하얀색 종이 위에 장난스레 그림만 그렸을 뿐인데, 착시를 이용해 기묘한 재미를 주는 그림들을 모아뒀다. 잘 그렸다, 못 그렸다 하기 전에 그림 좀 그린다는 녀석들이 교실에 둘러앉아 킥킥대며 만들어낸 장난들 같아서 유쾌하다. 단순한 것도 있지만, 단순한 가운데 이런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그렸을까 잠시 고민하게 만드는 그림도 있다.



이 덴마크 작가의 이름은 ‘후스크밋나운’. 덴마크말로 ‘내 이름을 기억해달라’라는 의미라는데, 단번에 뇌리에 꽂히는 그림과 달리 이 예명을 제대로 기억하는 건 만만찮은 일이 될 듯싶다. ‘HuskMitNavn’으로 검색해보면 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유럽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한 작가답게 위트가 넘치면서도 은은한 맛이 배어 있다. 가위, 풀 등 다른 도구는 쓰지 않고 최대한 간략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는 후스크밋나운. 한국 독자들에게 이리 써뒀다. “필요한 건 종이와 펜뿐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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