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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자그마치’와 ‘자그만치’

입력
2017.07.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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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국어 시간에 들었을 법한 말이다. 그런데 주의를 기울여도 오류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어설피 알면서 생각이 많으면 그럴 수 있다.

“우승 상금이 자그만치 3억원이나 된다”에 쓰인 ‘자그만치’는 틀린 말이다. ‘자그마치’로 써야 맞다. 그런데 ‘자그만치’는 교열자들의 눈이 교차하는 신문에서조차 버젓이 쓰인다. 이 정도면 필시 ‘자그마치’를 ‘자그만치’로 쓰게 되는 이유가 있을 터. 발음이 비슷해서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자그마치’의 ‘마치’를 ‘만치’로 발음하도록 유도하는 걸까. 단서는 ‘만치’라는 낱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도 너만치 잘 달릴 수 있다”와 같은 표현에서 ‘만치’를 접한 사람이라면 ‘자그마치’를 ‘자그만치’라 할 수도 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이’라는 ‘자그마치’의 뜻을 생각하다 보면 비교의 뜻을 지닌 ‘만치’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름 논리적으로 유추하여 ‘작다’와 ‘만치’를 결합시킨 ‘자그만치’를 만든 것이다.

그럼 “할아버지는 자그만한 손수레에 폐지를 담고 있었다”에 쓰인 ‘자그만한’은 어떤가. 이는 ‘자그마한’으로 써야 맞다. 이런 오류에도 이유는 있다. ‘자그맣다’의 활용형인 ‘자그만’을 어근으로 착각하여 여기에 ‘-하다’를 붙였거나 비교의 ‘만 하다’를 끌어들여 ‘자그만한’을 구성했을 수 있다.

새로운 표현은 유추로 만들어진다지만 어설픈 유추는 말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자그맣다’의 본말이 ‘자그마하다’이고, ‘자그마치’가 ‘자그마하다’ 혹은 ‘자그맣다’에서 비롯한 부사임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기본적인 사실을 정확히 알면 어설피 유추하는 일은 그만큼 줄어든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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