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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글자를 놓친 하루

입력
2017.07.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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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하기를 바란다. 이 말을 건넬 수 있으려면 연배 차이가 있는 사이지요. 정지하기를 바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집을 보낸 존경하는 시인에게 이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해봐요. 그 뜻 그대로 정지했을 거예요. 내 시에 문제가 있구나, 순간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자지요.

불가에서는 하안거, 동안거가 있지요. 좌선(坐禪)이라는 정지를 통해 정진하는 것이지요. 용맹정진하는 것이지요. 움직임만큼 정지도 어렵지요. 물론 능동적 정지일 때 말이지요. 스스로 멈춤의 상태에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상태를 놓치지 않고 내내 유지하는 것.

정진과 정지 사이. 무엇이 있을까요. 틈이 있을까요. 겹침일까요. 정지는 움직임 직전이지요. 도약을 품고 있지요. 정진은 능동적 정지의 연속이지요.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 하지요. 능동적 정지에는 멀리뛰기 장대가 늘 함께 하지요. 표면적으로는 ㄴ자가 부족한 것이지만, 멀리뛰기 장대가 함께여서, 장대는 위를 너머를 가리키고 있어서, 신이 되지 못한 시는 팽팽하게 시가 되지요.

정지하기를 바란다. 이 문자를 받았다면 즉각적으로는 멈췄을 것이고, 들여다볼수록 강력한 글자가 될 거예요. ㄴ이 빠져 온 글자라는 가늠을 해볼 수 있더라도, 폭염에 찬물 한 바가지처럼, 정신이 번쩍 들 거예요. 글자를 놓치고 싶어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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