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원조 소장파 ‘남원정(남경필ㆍ정병국ㆍ원희룡)’이 옷차림으로 신보수를 표현했다. 26일 바른정당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최한 토크쇼 ‘원조 쇄신파에게 듣는 생존비법’에 출연해서다.
맏형인 정병국(59) 의원은 파격을 택했다. 옷깃이 없는 하늘색 헨리넥 셔츠에 발목이 드러난 흰색 면바지, 맨발에 스니커즈였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이 가져야 할 정신은 바꿀 수 있는 데까지 바꾸자는 처절함”이라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보수도 지지 받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극단적으로 튀는 복장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실은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웃었다.
노타이에 양복을 입은 원희룡(53) 제주지사는 “드레스 코드 주문을 받고 가진 옷을 다 꺼내봤지만 결론은 안 하던 짓 하지 말고 코드에 휘둘리지 말자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막내격인 남경필(52) 경기지사는 “이념은 없다”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그는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하늘색과 흰색 사이에 경계가 흐릿한 셔츠 차림이었다. 진영 논리를 뛰어 넘자는 의미다.
남원정은 이날 드레스 코드로 신보수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처절하게 혁신하라, 부화뇌동하지 말라, 진영에 갇히지도 말라’는 것이다.
원조 소장파에 이어 창당 주주인 김무성ㆍ유승민 의원은 이날 저녁 부산에 떴다.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는 당 정책위의장 김세연 의원도 동행했다. 세 사람은 부산 수영구에서 ‘당원과 함께하는 한 여름밤의 토크쇼’에서 당원들과 얼굴을 맞댔다. 대선 후보였던 유 의원은 “바른정당이 과거 새누리당과 뭐가 다른지, 우리가 하려는 정치가 무엇인지 직접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라며 “방황하는 보수층에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는 확신을 드리겠다는 의지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첫 수장에 오른 이혜훈 대표는 그야 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지난주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 ‘바른정당 주인 찾기’ 전국투어를 시작한 그는 27일 호남 방문을 앞두고 있다. TK의 배신자 프레임을 떨쳐내겠다는 포부로 출발했지만 20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을 때는 극우 유권자들로부터 욕설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건 자칫 마지막 여름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개혁보수를 외치며 자유한국당을 뛰쳐나왔지만 정당 지지율은 고작 7~8%에 머문다. 보수의 세대교체를 천명하며 인재 영입을 도모하고 있지만, 박종진 전 앵커에 이은 2호 인재 영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당의 운명을 좌우할 다음 지방선거는 시나브로 다가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실용주의 야당 노선을 어떻게 각인시킬지도 숙제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정책에 아직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바른정당의 주된 지지층인 2030세대와 향후 흡수해야 할 정통 보수층 세대 사이에 이견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이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중대 선거구제로 개편하는 정치 공학뿐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수구로 전락한 건 철학적인 뿌리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며 “바른정당은 보수의 이념적 토대를 다지는 동시에 이를 생활정치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도 고민해 국민들께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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