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종교, 인종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민족주의 열기도 뜨겁다. 하나로 묶기엔 사회문화적 배경도 모두 다르다. 아시아라는 한 지역으로 불리면서도 정신적 공동체는 형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주의 운동 등 여러 경험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28일부터 3일간 서울 항동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열리는 인터아시아문화연구(IACS) 국제학술대회는 ‘월딩 –지구화를 넘는 아시아로’라는 주제 아래 월딩의 관점에서 아시아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IACS는 맹목적인 서구 추종을 끝내고 아시아인들의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아시아 문화연구자 모임이다. ‘월딩(Worlding)’은 ‘월드’에다 ‘~ing’를 붙여 새로 만든 용어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인 용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의 역동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IACS가 아시아 내부의 눈길로 아시아를 바라보자 호소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결국 누가 먼저 제국주의자가 되느냐의 경쟁으로 치닫기 쉬워서다. 이런 현실 인식 아래 IACS는 2005년 이후 격년으로 학술대회를 연다. 주요 세션, 그 외 주제별 소규모 모임 140여개가 열리고, 영화 상영 등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30일 오후 1시 15분부터 열리는 ‘청년과 사회운동’ 세션이다. 모리 요시타카 도쿄예술대 교수는 ‘삶과 장소의 정치학 : 2011년 대지진 이후 일본의 청년 운동과 사회운동’ 주제 발표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추적해온 일본 젊은이들의 변화상에 대해 설명한다. 호식잉 페툴라 홍콩대 교수와 천신싱 대만 세신대 교수도 2014년 홍콩과 대만을 각각 휩쓸었던 우산 시위, 해바라기 시위와 젊은이들간의 관계를 다룬다.
우산ㆍ해바라기 시위 모두 중국과의 관계 설정, 민주적 의견수렴의 문제들을 거론하면서 벌어졌다. 우산 시위는 경찰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해바라기 시위는 밀실 의사결정에 밝은 햇볕을 쏘이자는 의미에서 해바라기를 들고 나오면서 붙은 별명이다. 이들 발표의 공통점은 ‘내 눈 앞의 작고 확고한 행복에 만족하던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거리로 뛰쳐나갔으며 그 거리에서 무엇을 했느냐’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운동’이라 하면 우리의 1980년대 운동권처럼 조직적, 수직적, 위계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행위를 말했지만 이젠 ‘직접 행동을 통한 거리의 정치학’으로 변했다”며 “그 변화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불만의 공유, 구체적이고 또렷한 목적보다는 대안적 삶에 대한 열망, 넓고 적극적인 네트워크화, 평등하고도 자발적인 참여가 한데 어우러지는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은 지난해 이화여대 시위, 메갈리아 논쟁,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현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성세대 운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지금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된 뒤 이런 흐름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 함께 나눠볼 만한 화두가 풍성하다”고 말했다.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따지고 보면 2005년 홍콩에서 열린 주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한국 시위대가 벌인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삼보일배 방식이 굉장한 화제가 됐고 이것이 홍콩의 우산, 대만의 해바라기 시위에 영향을 끼쳤다”며 “이렇게 이미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런 아시아 내부의 깊숙한 ‘얽힘’을 하나 둘씩 풀어내면서 실제 우리가 얼마나 얽혀 있는 지를 깨달아 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 참가자는 34개국, 5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조강연은 ‘지배적 지구화와 대안적 지구화의 경쟁으로서의 월딩’이란 주제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한다. 테자스위니 니란자나 IACS 회장, 롭 윌슨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왕샤오밍 중국 상하이대 교수 등도 참여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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