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사는 여한나(31·회사원)씨는 탈모 치료를 위해 모발이식병원을 방문했다. 몇 달 전부터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지더니 얼마 전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원형탈모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그는 모발 이식까지 생각했지만 다행히 약물치료로 호전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 통계조사를 통해 국내 탈모 증상을 가진 이들이 1,0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19만명에 불과했다. 이중 10만명은 여성이었고 20~30대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도 외과 전문의는 “최근 탈모 증상이 급격히 늘면서 모발 이식 상담 건수도 늘었다”며 “유전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적합한 치료만 해도 치료가 가능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탈모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남성뿐 아니라 여성 탈모 환자도 늘었다. 의료계에서는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는다. 탈모 증상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탈모 방지, 발모 관련 시장 규모가 연간 4조 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모의 진행 과정도 제각각이다. 남성 탈모는 이마가 M자 모양으로 넓어지거나 정수리 탈모가 많지만, 여성 탈모는 이마 위의 헤어라인은 유지되면서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인다. 또 모근이 아예 없는 빈 모공이 생기면서 원형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특정 부위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다량으로 빠지면서 머리숱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모발 이식수술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광고도 넘쳐나고 있다. 광고만 보면 모발 이식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의료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진행형 탈모가 아닌 경우 잘못된 생활습관과 환경적인 요인 등을 제거한다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천에서 온 30대 남성은 “원형탈모가 생겨 모발 이식을 하러 갔는데 탈모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없애고 약물처방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치료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 전문의는 “가벼운 탈모나 원형탈모의 경우 약물요법, 두피관리만 해도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내원한 여성 절반 이상이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모발 이식은 탈모 치료로 탈모가 중단된 상황이거나 이마 면적이 넓은 경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