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 생환자ㆍ유족들
영화 ‘군함도’ 단체 관람
모임 마련한 김부겸 행안장관
“피해자 가족들 어려움 살피고
과거사 청산에도 최선 다할 것”
“팬티만 입고 지하 탄광에서 10시간 일하고 올라오면 눈과 이만 빼고 새카맸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져요.”
일제시대 강제징용에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이인우(94)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군함도’가 첫 선을 보이는 26일 서울 용산CGV에서 “정부와 국민의 관심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영화 관람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영화 개봉에 맞춰 이씨와 또 다른 생환자 최장섭(90)씨, 유족 50여명을 초대해 이뤄졌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5년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하시마섬(端島) 탄광 지하 1,000미터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참상을 다뤘다. 1943년부터 일제가 패망하는 1945년까지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500~800명으로 추정된다. 살아 돌아온 사람 중 현재 생존자는 6명뿐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유족들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생활 실태와 애로사항을 들었다. 행안부는 ‘군함도’ 개봉에 따라 일제 강제 동원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이번 영화관람 행사를 마련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간담회 후 상영관으로 이동해 오후 7시25분 영화를 함께 봤다.
영화 시작 직전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유족 대표인 이주성씨는 “70년 전 우리 선친들이 망국의 한을 품고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희생됐다”며 “이젠 70세 고령이 된 우리들이 생전에 힘을 합해 아베 정권으로부터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받아 선친 명예 회복에 앞장 서자“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민들이 ‘군함도’를 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정부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청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류승완 감독도 자리해 “희생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두 시간 좀 넘는 영화에 담을 수 있겠냐마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게 돼 영광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군함도 개봉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의 역사를 지운 채 이 섬을 비롯한 23곳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시민ㆍ노동단체는 서울, 인천, 제주, 울산, 부산, 경남 등 6개 지역에서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ㆍ도로 노동자상 설립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제에 동원된 강제노역 희생자는 780만명으로 추정된다.
영화 ‘군함도’는 전작 ‘베테랑’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류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이 뭉쳐 화제가 됐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관심을 업고 흥행 열기를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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