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노골적 반감
재판부 “그럼 여기 왜 나왔나”
최순실(61)씨가 이재용(49)부회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한 적대감만 드러나며 진술을 거부했다.
최씨는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전직 삼성 임원들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모든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재판이 파행됐다.
최씨는 시종일관 특검에 반감을 드러냈다. 최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과거 특검 조사 때 ‘삼족을 멸한다’며 협박을 많이 받아 패닉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딸 정유라씨가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에 불리한 증언을 하게 만든 것도 특검이 회유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최씨는 “그 아이를 (특검이) 새벽2시부터 오전9시까지 어디에 데리고 있었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데 (특검이) 말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을 데리고 가서 먼저 신문을 강행한 것은 딸을 압박해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검은 최씨에게 지난해 테블릿PC 논란이 발생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한 내역,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하기 전에 통화한 내역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신문 절차를 진행했지만 최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그러면 여기에 왜 나온 것이냐”고 묻자, 최씨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특검이 제 주장을 인정해주지 않으니 대답을 안 하는 것”이라며 “딸과 제 목줄을 잡고 흔드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재차 진술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재판이 파행됨으로써 이 부회장 재판은 내달 7일 결심 재판까지 모두 7번의 심리만 남겨두게 됐다. 특검은 이달 27, 28일 이틀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SK임원 5명에 대해 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내달 2일 박 전 대통령을 마지막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다. 이 부회장 측은 결심 재판 전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특검이 제출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과 관련한 의혹을 반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날까지 우 전 수석이 증인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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