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300mm 이상의 폭우가 청주를 비롯한 충북 지역을 덮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23일 서울∙경기에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26일 오전 기준으로 광주엔 폭염경보가 서울, 세종 등을 비롯한 서쪽 지역 중심으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기후 폭주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선 고온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는가 하면 중국에선 폭우로 많은 천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인들의 숨통을 옥죄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이상 기후를 숫자로 살펴봤다.
“수재민 1,200만 명, 40도 홍색경보”…이중고에 신음하는 대륙

중국 대륙은 폭우∙폭염 이중고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지난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남부 지역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한달 가까이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중부 후난(湖南)성에서 1,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80명이 넘는 사람이 산사태나 건물붕괴 등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진 중국 동부지역은 그야말로 찜통이 됐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지난 25일 상하이(上海)시,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 고온 홍색경보를 발령했다. 상하이의 경우 지난 21일 첫 홍색경보가 발령된 이후 닷새째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24시간 내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으면 발령하는 폭염 최고 등급인 고온 홍색경보가 내려지면 낮에 실외활동을 중단하고 실외 작업자 방호 조처를 해야 한다.
美, ‘131년 만의 최고기온’ 경신한 LA∙’항공편 50편 취소’시킨 피닉스

미국에선 폭염 때문에 산불이 거세지거나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LA) 낮 최고기온은 36.7도를 기록했다. 이는 1886년 이후 131년 만의 신기록이다.
폭염의 여파로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서부는 산불로 비상이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주에서 산불 3개가 발생해 인근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번졌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인접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중부 디트윌러 인근에서도 얼마 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난 19일 기준으로 여의도 60배에 달하는 산림(194㎢)이 재로 변했다.

이른 폭염이 찾아온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선 고온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아메리칸 항공은 공지를 통해 “피닉스에서 48.9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니 피닉스 공항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여행계획을 바꾸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또한 아메리칸 항공은 피닉스 스카이하버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50편 운항을 취소했다. 스카이하버 공항 측도 낮 시간대 화물수송 작업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62명 목숨 앗아간’ 포르투갈의 화마…’60년 만의 가뭄’에 제한 급수 위기 이탈리아


유럽도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포르투갈 중부 레이히아 주 인근 지역에서 산불이 나 62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치는 등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700여명의 소방대원과 350여명의 군인이 화재 현장에 투입됐지만 지속된 가뭄과 폭염이 불길을 키워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에선 폭염과 가뭄 때문에 농부들이 주요 농산물인 포도와 올리브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13일 스페인 50개 주 중 27개 주에 폭염경보가 내린 바 있다. 이후 한달 가까이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포도와 올리브 등의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다.
불볕더위와 6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제한급수 실시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영국도 올해 1976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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